요즘 자녀가 다니는 학원 주변으로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입시 설명회 포스터가 눈에 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도입과 내신 5등급제 전환 등 굵직한 변화가 예고되면서 학부모와 학생, 학원가는 전에 없던 혼란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제도 개편의 취지가 ‘융합형 인재 양성’과 ‘과도한 사교육 경쟁 완화’에 있다는 거시적 당위성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당장 아이의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로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 막막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개혁이라도 당사자 눈높이에 맞춘 상세한 설명과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불안’이라는 부작용이 먼저 자라난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이자 과거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의뢰인의 권리를 대변하는 변호사로서, 나는 이 교육 현장의 풍경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마주한다. 바로 올해 10월로 다가온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과 78년 만의 수사·기소 분리체계의 본격 시행이다.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은 입시제도 개편보다 국민의 삶에 훨씬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에게 이번 개편은 여전히 낯설고 모호하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디로 고소장을 내야 하는지”,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되어 피해 회복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하지는 않는지”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의문들에 대해 국민은 여전히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대입 개편의 본질이 줄 세우기식 경쟁을 넘어 공정한 평가를 정착시키는 데 있듯, 중수청 출범과 수사·기소 분리의 궁극적 목적 역시 명확하다. 한 기관에 과도하게 집중되었던 권력을 분산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수사는 더 전문적이고 중립적으로, 기소는 객관적 법률 통제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법 정의 실현’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의 명분이 아무리 숭고해도, 제도를 이용할 주권자인 국민이 소외된다면 그 개혁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입시제도 개편에서 교육 당국의 가장 큰 책무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잠재울 투명한 정보 제공이듯 사법개혁의 마지막 퍼즐 역시 ‘대국민 소통’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권력기관 간의 권한 조정 논리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체계에서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알려야 한다. 바뀐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출발 신호만 울린다면 현장의 혼선은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모든 새로운 제도는 초기의 낯섦과 마찰 비용을 치른다. 2028 대입 개편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사다리가 되고, 10월 출범할 새로운 수사체계가 국민의 억울함을 신속히 풀어주는 든든한 방패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신뢰’라는 단단한 토양이 필수적이다. 국가가 개혁의 본래 취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설득할 때 비로소 새로운 사법체계는 흔들림 없이 대한민국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신진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