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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도요토미 히데요시

지난 7월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강진으로 4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구마모토성(城)의 벽면에 금이 가고 성벽 일부가 붕괴됐다. 나고야성, 오사카성, 히메지성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구마모토성은 앞서 2016년 4월 강진 때도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정유재란(1592∼1598) 당시 왜군 선봉이었던 가토 기요마사(1562∼1611)의 지시로 1607년 완공됐다. 당시 조선 출신 장인의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울산에 쌓아 올린 서생포왜성과 울산왜성은 요즘 일본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축성을 지시한 이는 ‘악귀(惡鬼) 기요마사’ ‘귀요마사’로도 불리는 가토. 조선 백성을 잔인하게 수탈하고 학살해 악명이 높다. 귀와 코를 베어 전리품으로 일본에 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상품을 기획한 일본 여행사의 홍보문에는 ‘400년의 시간을 넘어선 역사 로망’, ‘400년 전 무장들이 바라본 풍경’, ‘전국시대 무장들이 이국땅에 건설한 군사 거점이 지금도 그 위용을 간직하고 있다’ 등 예찬으로 가득하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8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상점가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1537~1598) 동상의 목이 부러진 채 발견된 바 있다. 나고야시 상점가의 상징물인 이 동상이 훼손됐다는 소식은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수사 결과 이웃 에히메현에서 출장 온 경찰관이 술김에 저지른 단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가신인 가토를 거느린 도요토미는 우리에겐 임진왜란의 원흉이지만,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1534∼1582),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와 함께 전국시대를 평정한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나고야 삼걸(三傑)’ ‘전국시대 삼영걸’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아이치현 일대에서 태어났다. 지난 15일 나고야 긴조항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식전 공연에선 3명으로 분한 이들이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아시아 최대의 평화와 스포츠 축제’에서 도요토미가 등장한 데 불편했던 건 필자뿐일까. 아무리 지역 관광·문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