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 돈을 걸었다가 잃었다는 이유로 선수나 심판 혹은 그 가족들을 협박한다면 다시는 스포츠 베팅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을 대표하는 5대 프로스포츠 리그와 선수노조에서 터져 나왔다.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 메이저리그(MLB),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메이저리그사커(MLS)와 각 종목 선수협회는 15일 미국 각 주의 도박 규제기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베팅과 관련해 선수 등을 협박한 이용자에게 평생 베팅 금지 조처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단순히 특정 스포츠 베팅 계정을 정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업자와 다른 주에서도 베팅할 수 없도록 제재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5대 리그가 동시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일이 흔치 않은 일로, 그만큼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선수나 감독, 심판, 가족을 상대로 한 폭력적인 위협이나 심각한 괴롭힘이 확인되면 영구적인 베팅 금지 대상에 포함하고 선수와 구단이 피해 사실을 쉽게 알릴 수 있도록 신고 절차도 표준화할 것을 촉구했다. 베팅 사업자가 문제 이용자를 파악하고 배제하도록 하는 조치를 면허 조건에 포함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미국 프로스포츠가 한꺼번에 움직인 배경에는 스포츠 베팅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다. 국제베팅무결성협회(IBI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규제 스포츠 베팅 시장에서 베팅 사업자의 수익을 뜻하는 총게임수익(GGR)만 약 940억달러(약 128조5000억원)로 추산됐다. 2028년에는 약 1320억달러(약 180조5000억원)로 치솟을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돈을 잃은 사람들이 선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가 욕설을 퍼붓거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선수 본인을 넘어 가족에게까지 협박이 향하는 사례도 문제가 됐다. 선수가 경기 결과뿐 아니라 누군가의 베팅 손실에 대한 분노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스포츠 베팅 규제의 초점이 기존 승부조작 방지와 미성년자 보호, 도박 중독 예방, 불법 사업자 단속 등에서 이제는 ‘선수 안전’이라는 새 영역이 추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체육진흥투표권인 스포츠토토가 합법적으로 운영된다. 국내 스포츠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한 선수 비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스포츠 베팅이 결합할 경우 공격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결국 스포츠 베팅 사업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지금, ‘책임 있는 베팅’의 의미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도박 중독을 막고 구매 한도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미국 스포츠 리그와 선수들의 주장이다. 미국 5대 프로스포츠가 던진 ‘협박 베팅 참여자 평생 퇴출’이라는 화두가 받아들여질 경우 전 세계 스포츠 베팅 시장에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