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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약’ 2027년 도입 공식화… 의료·종교계 “우려” 한목소리 [뉴스투데이]

정부, 찬반논쟁 속 강행 결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년 만에
임신 9주 내 사용 약물 허가 ‘속도’
2년간은 병원만 조제… 안전 검증
미성년 보호자 동의 등 지침 마련

“환자·의료인 법적 보호장치 없어”
의료계 “입법공백부터 해소” 촉구
종교단체도 “생명경시 확산” 반발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 등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종교계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14일 임신중지약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 만이다. 동시에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으로, 앞으로는 국가가 임신 9주 이하 임신중지 약물을 정식으로 도입·관리하면서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여성 안전과 건강권 저해 요소를 해소할 방침이다. 뉴스1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으로, 앞으로는 국가가 임신 9주 이하 임신중지 약물을 정식으로 도입·관리하면서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여성 안전과 건강권 저해 요소를 해소할 방침이다. 뉴스1

한 총리는 “이번 조치는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권장이라기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제도적 공백이 이어지면서, 일부 여성들이 위험한 방법에도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더는 찬반 논쟁 속에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후속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임신중지 약물 논의는 표류를 거듭했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중 병원에서 미프진을 복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임신 9주 이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하며, 도입 초기 2년은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를 모두 맡도록 했다. 전문의 지도하에 복용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후 안전성을 평가해 처방·조제 방식 개편 여부를 검토한다. 처방 의료인은 산부인과 전문의에 국한하기보다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적 역량을 갖추는 것을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내년 1분기 복용이 가능해질 약품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이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후 2024년 기준 약 100개국에서 허용돼 있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미프진을 허가 신청했고, 식약처는 보완을 요청한 상태”라며 “보완이 적정하게 들어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심사해 허가할 것이고, 가능한 한 내년 1분기 안에는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와 종교계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도입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입법 공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 안전과 의료인 보호를 위해 제도 시행 전에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의료인의 형사처벌 우려를 해소할 법적 근거와 의사 양심에 따른 임신 중지약 처방 거부를 보호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낙태를 ‘질서 있게’ 제도화할 뿐 그 본질을 조금도 바꾸지 못하며, 오히려 생명 경시를 우리 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진정으로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는 가장 약한 생명을 없애 여성의 어려움을 덜어 주는 사회가 아니라, 여성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함께 책임지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약값이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 만약 비급여로 처방·조제가 이루어질 시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병·의원별 약 가격 등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 등도 향후 구체화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미성년자가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가이드라인에 담을 것”이라며 “임신중지를 원하는 청소년의 심리·정서적 지원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보건학)은 “청소년의 경우 본인의 임신 여부를 잘 모르고, 의료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병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9주’ 기간은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