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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에 도움 안 준 국가 배상해야”

“호르무즈 위해 많은 것 해와”… 파병 압박
조현 방미… 18일 韓·美 외교장관 회담
대미투자 합의 지연… 17일 국회 보고 취소

美 재정적 피해·물가 상승 부담
호르무즈 통항 혜택 보상 요구
韓·美 외교 회담 파병 논의 주목
반대 여론 속 정부 고심 깊어져
이란 공격에 미군 기지 등 파손
유가 급등… 브렌트유 108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끝난 뒤 미국에 도움을 주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발발 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해왔으며, 최근 이와 관련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세계의 국가들은 이 사기 같은 전쟁이 모두 끝났을 때 배상해야 하며 배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것을 우리나라를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국가들을 위해 더 많이 하고 있으며,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미군을 배치해 각국 유조선이 자유롭게 통항하도록 돕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국가들이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해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양자회담은 올해 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국내에서 파병 여부를 두고 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양측의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파병과 관련한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하면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닫기는 어렵지만, 반대 여론과 여당 일각의 반발, 장병 안전 문제 등을 함께 살펴야 하는 만큼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최근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우리 군의 활동 여건 등을 살펴봤다. 정부는 조사단 파견이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한국시간으로 17일 예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안건에서 파병 문제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NSC 관련 의제 및 논의 내용에 대한 근거 없는 추정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병 문제가 정부 고위급 차원에서 논의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군 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18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 연합뉴스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 연합뉴스

정부의 대미투자 관련 국회 보고 일정도 미뤄졌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당초 17일 비공개회의에서 대미투자 사업과 한·미 협상 경과를 보고받을 예정이었지만 정부 측이 취소를 통보했다. 국회 보고 연기는 대미투자 세부 내용을 놓고 한·미 간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화되고 있는 이란 전쟁은 미국에 만만치 않은 재정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15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까지 이란전에 약 380억달러(약 52조원)를 지출했으며, 분쟁이 계속될 경우 매달 최대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CBO는 미국이 이란전 과정에서 요격미사일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향후 수년간 재고 부족이 이어질 수 있으며 탄도·순항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중국 등의 국가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격미사일 재고를 다시 보충하기 위해선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지난 7월 이란전 관련 비용이 375억달러(약 51조원)라고 언급한 바 있다.

 

CBO에 따르면 이란과의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물가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운송비 상승으로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년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으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도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괴된 美 조기경보통제기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프린스 술탄 미 공군기지에서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이란의 공격을 당해 후미 부분이 직격탄을 맞아 동체에서 분리된 채 파괴돼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이 익명의 현역 군인에게 입수해 공개한 사진으로, 한 군인은 방송에 “우리는 (미군 기지에서) 눈을 감은 채 얼굴을 두들겨맞고 있다”고 전했다. CBS 캡처
파괴된 美 조기경보통제기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프린스 술탄 미 공군기지에서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이란의 공격을 당해 후미 부분이 직격탄을 맞아 동체에서 분리된 채 파괴돼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이 익명의 현역 군인에게 입수해 공개한 사진으로, 한 군인은 방송에 “우리는 (미군 기지에서) 눈을 감은 채 얼굴을 두들겨맞고 있다”고 전했다. CBS 캡처

이란의 공격에 군사적 피해도 일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CBS뉴스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현역 군인들이 제보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프린스 술탄 미 공군기지 사진에는 고가의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파손된 장면이 담겼다. 이 군용기는 후미 부분이 직격탄을 맞아 심하게 그을린 동체에서 분리된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내부가 텅 빈 건물과 막사의 모습을 담은 해당 기지의 다른 사진들도 공개됐다. 한 파병 군인은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기지의 실상이 미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서서 얼굴을 두들겨 맞고 있다”고 전했다.

 

미 육군 지상군과 장갑차, 일부 전투기의 주요 집결지인 쿠웨이트의 뷰어링캠프 사진에도 이란의 공격으로 파괴된 막사와 군용차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CBS뉴스는 쿠웨이트의 또 다른 미군 기지인 아리프잔의 파손된 건물 사진들도 공개했다.

 

호르무즈해협.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6일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는 주요 거점인 키슘섬 인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IRNA는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폭발음이 바다 쪽에서 들렸으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쟁 상황이 쉽게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국제 유가는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2.90% 오른 배럴당 108.75달러에, 10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38% 상승한 105.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19일 이후 최고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수출로인 ‘동서 송유관’이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홍해 수출 터미널인 얀부에서도 원유 선적 작업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