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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사 그만두고 펜 들었다…문유석·이낙준 스타 작가의 인생 2막

판사 출신 문유석, 김은숙 작가 한마디로 결정한 ‘전업 작가’의 길
‘의사 수입 넘었다’…의사 출신 이낙준, 넷플릭스까지 사로잡은 비결

법조계와 의료계라는 안정적인 분야의 전문직 대신 전업 작가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있다. 23년 동안 법복을 입었던 문유석 작가와 약 10년 동안 청진기를 잡았던 이낙준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치열했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무기로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는 두 인물의 인생 2막을 들여다봤다.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왼쪽)와 의사 출신 이낙준 작가. 문유석 페이스북 계정, 인스타그램 계정 ‘nak0602’ 캡처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왼쪽)와 의사 출신 이낙준 작가. 문유석 페이스북 계정, 인스타그램 계정 ‘nak0602’ 캡처

 

◆ 문유석 작가, 법대 수석 판사에서 스타 작가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2018)’, tvN 드라마 ‘악마판사(2021)’와 ‘프로보노(2025)’의 각본가로 알려진 문 작가는 1997년부터 2020년 2월까지 판사로 재직했다. 지난 13일 농심 오너가 3세 신상열 부사장이 백년가약을 맺은 신부 문모씨가 바로 문 작가의 딸인 것으로 전해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 스토리 작가나 영화감독, 소설가 등을 꿈꿨으나 글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던 그는 1987년 학력고사 인문계 수석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렇게 23년간 쌓은 법정 경험은 작가로서 그에게 유일무이한 자산이 됐다. 첫 극본작인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주인공 박차오름 판사(고아라 분)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대목에는 문 작가의 경험이 담겼다. 문 작가가 초임 판사 시절 이같이 발언하자 한 원로 판사는 “무엇이 강하고 무엇이 약한 것이냐”며 되물었다. 이에 그는 법관이 개인의 정의감만 앞세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시간이 흘러 이 일화를 드라마 대사에 녹여냈다.

 

tvN 드라마 ‘악마판사’의 한 장면. 상습 폭행 혐의로 선고받은 태형 30대가 집행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캡처
tvN 드라마 ‘악마판사’의 한 장면. 상습 폭행 혐의로 선고받은 태형 30대가 집행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캡처

 

문 작가는 재판관 재직 당시 느꼈던 한계를 드라마에서 풀기도 했다. 2021년 방영된 드라마 ‘악마판사’는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고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징역 235년형과 태형 등 과감한 판결이 등장해 큰 이목을 끌었다. 판사로서 수많은 재판을 맡았던 문 작가는 간혹 끔찍한 사건을 마주할 때 법의 테두리에 갇혀 답답함을 삼켜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는 현실 사법제도에서 다 풀지 못한 응어리를 드라마라는 판타지 공간에서 과감하게 풀어냈다. 이러한 배경 속에 드라마 ‘악마판사’는 일각에서 ‘문유석 작가의 한풀이 드라마’라는 별칭이 붙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성공 이후 문 작가는 판사와 전업 작가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졌다. 법조계 동료 등 주변의 우려와 반대가 많았지만 그를 유일하게 응원해준 뜻밖의 인물은 김은숙 작가였다. 스타 작가인 김 작가에게 문 작가가 “판사와 변호사를 모두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 작가는 “해라. 중간 이상은 할 것”이라며 답했다. 문 작가는 다소 냉정해 보일 수 있는 이 답변에서 오히려 적업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용기를 얻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주인공 백강혁(주지훈 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주인공 백강혁(주지훈 분). 넷플릭스 제공

 

◆ ‘중증외상센터’ 흥행 이끈 의사 출신 이낙준 작가

 

이 작가는 흰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들던 이비인후과 전문의 출신이다. ‘한산이가(韓山李哥)’라는 필명으로 웹소설을 집필하는 그는 14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무협 소설 마니아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글을 좋아했던 이 작가는 군의관 복무 시절부터 웹소설을 쓰기 시작해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그가 집필한 ‘닥터, 조선 가다(2018)’,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2019)’, ‘AI 닥터(2020)’, ‘검은머리 영국의사(2022)’ 등 다수의 웹소설은 웹툰으로 재탄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중 ‘중증외상센터’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돼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어냈다.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주지훈 분)’을 비롯해 그의 작품에는 유독 외과 의사가 자주 등장한다. 의대생 시절 ‘하얀거탑’을 보고 외과를 꿈꿨던 이 작가는 외과 실습 중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두는 ‘테이블 데스’를 겪었다. 수년에 한번 있을 법한 비극 앞에 평생 메스를 쥐던 교수마저 괴로워하는 모습을 목격한 그는 외과 의사의 삶이 ‘직업’을 넘어선 ‘업’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 작가는 외과 전공을 포기했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에 남은 미련과 아쉬움은 훗날 작품 속 주인공들로 재탄생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 작가의 소설에는 외상외과 의료진의 치열한 삶과 묵직한 고충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던 병원 근무에 부담을 느끼던 상황에서 2019년 9월 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네이버 웹툰화가 맞물리며 2020년 1월1일 이 작가는 의사를 그만뒀다. 평소 글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든든한 응원과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늘어난 점은 전업 작가로 사는 삶에 만족을 더했다. 그는 현재도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웹소설 ‘피는 알고 있다: 뱀파이어 법의학자’를 지난 1월부터 연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