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속 인기 콘텐츠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로고를 노출하거나 제작을 협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에 제품을 직접 등장시키고, 프로그램 속 메뉴를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협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축산업체 Australian Agricultural Company(AACo)의 프리미엄 와규 브랜드 ‘달링다운 와규’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아시아’의 독점 브랜드 소고기 파트너로 참여한다.
달링다운 와규는 국내에서도 이마트 130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제품 통합 노출과 요리 미션 등을 통해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호주산 와규의 품질과 활용법을 알릴 예정이다.
마스터셰프 아시아는 10년 만에 다시 제작되는 10부작 시리즈로,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인 마카오에서 촬영됐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CreAsia Studio가 제작하고 Banijay Rights가 배급한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홍콩, 대만, 일본, 인도, 중동 등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마스터셰프는 현재까지 전 세계 74개 시장에서 제작된 글로벌 요리 경연 포맷이다.
업계에서도 인기 콘텐츠를 제품 판매로 연결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의 국내 식품기업 유일 공식 스페셜 파트너로 참여했다. 프로그램 촬영장에 ‘비비고 팬트리’를 설치하고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부터 햇반, 만두, 김치, 두부 등 자사 제품을 셰프들이 실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방송 노출은 실제 상품으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최강록·윤나라·최유강 셰프와 시즌1 우승자 권성준 셰프 등이 참여한 ‘흑백요리사’ 협업 상품 33종을 선보였다. 미역우동과 김치우동, 황태국, 애호박찌개, 마라탕면 등 프로그램 출연 셰프의 메뉴와 조리법을 가정간편식으로 옮겼다.
CJ제일제당은 앞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와도 손잡았다. 한국과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동남아시아 등 14개국에서 비비고 한정판 제품을 판매했고, 이 캠페인을 계기로 냉동김밥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처음 내놓기도 했다. 콘텐츠 협업을 신제품의 해외 진출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농심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손잡았다. 작품 속에 한국 라면과 과자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농심 제품이 연상된 것이 실제 협업으로 이어졌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등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루미·조이·사자 보이즈·더피 등 캐릭터를 적용한 한정판 상품을 한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에서 출시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먹는 컵라면을 연상시키는 제품도 별도로 선보였다.
해외에서는 콘텐츠 자체를 메뉴로 옮기는 시도도 나왔다. 맥도날드는 올해 3월 넷플릭스와 함께 미국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주제로 한 한정판 세트를 출시했다. 라면 풍미를 접목한 감자튀김 시즈닝과 고추·마늘을 사용한 소스 등 한국 음식에서 착안한 메뉴를 구성하고 포토카드까지 넣었다.
콘텐츠 협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도 쌓이고 있다.
CU가 ‘흑백요리사’ 시즌1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와 선보인 ‘밤 티라미수 컵’은 누적 250만개, 약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이 요리 경연 프로그램 출연 셰프들과 선보인 협업 상품도 지난해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넘어섰다.
GS25가 올해 선보인 ‘흑백요리사2’ 연계 간편식 시리즈 역시 지난 5월 기준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했고, 이 가운데 최강록 셰프 협업 상품만 160만개가 판매됐다.
업체들이 콘텐츠 협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이미 형성된 팬덤과 스토리를 제품에 바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광고처럼 제품의 장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소비자가 본 프로그램이나 캐릭터를 실제 음식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OTT와 예능 프로그램은 하나의 콘텐츠가 여러 국가에 동시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식품 브랜드에 효율적인 홍보 수단이 되고 있다.
방송 속 제품 노출에서 한정판 출시, 오프라인 매장 체험과 해외 판매까지 연결되면서 콘텐츠 IP가 식품업계의 신제품 시험장이자 글로벌 브랜드를 알리는 창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