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전담 직원이 한 명 더 필요한데, 사람을 더 쓰면 남는 게 없어요.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해서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어요.”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의 한 분식집 사장 박은지(66)씨의 말이다. 5년 전 그가 이 분식집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김밥을 찾는 손님이 많았지만 일찌감치 메뉴에서 뺐다. 손이 많이 가고 재료 관리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박씨는 “납품용 김밥을 들여놓으라는 제안도 여러 번 받았지만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에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다”며 “당시에도 인근에 김밥전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메뉴에 더 정성을 쏟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게 안팎은 퇴근길 손님들로 붐볐다. 테이블마다 떡볶이와 튀김, 순대 등이 놓였고 포장 주문도 이어졌다. 상당수는 가게 문을 연 초기부터 찾았다는 단골손님들이었다.
퇴근길에 이곳을 찾은 정모씨(32)는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먹던 추억의 맛이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찾는다”며 “김밥은 없지만 튀김도 매일 직접 만드시니 오히려 이곳만의 메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식점에서 사라지고 있는 김밥
한때 떡볶이와 함께 분식집의 대표 메뉴로 꼽혔던 김밥은 이제 일부 소규모 매장에서는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메뉴’가 되고 있다.
관악구 일대에서는 떡볶이, 어묵 등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김밥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일반 분식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밥을 판매하더라도 납품받은 꼬마김밥 등을 들여놓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김밥이 분식집에서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밥은 간단히 끓일 수 있는 라면 등 다른 분식 메뉴에 비해 준비와 조리 과정이 복잡하다. 쌀과 김을 비롯해 단무지, 계란, 채소, 햄 등 여러 재료가 필요하고 각각 손질과 조리·소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 줄씩 손으로 말아내야 해 품이 많이 든다.
이에 따라 김밥을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소규모 분식집에서는 직원을 따로 두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위생 관리 역시 업주들에겐 부담이다. 김밥은 여러 식재료를 한꺼번에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별 보관과 조리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사항이 많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식재료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높아진 비용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밥은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소비자가 많은 대표적인 분식 메뉴인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크기 때문이다.
관악구의 또 다른 분식집 업주는 “김밥은 몇백원만 올려도 손님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재료비와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어 수익성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밥 한 줄 4000원 눈앞…분식점은 31개월째 감소
김밥이 사라지는 현상은 폐업이 늘고 있는 분식업계의 현실과 흐름을 같이 한다. 김밥을 비롯한 대표적인 분식 메뉴의 가격은 오르는 반면 인건비와 식재료비 부담은 커지면서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업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4만7863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11월 5만4088명에서 같은 해 12월 5만3760명으로 감소한 이후 31개월 연속 줄었다.
김밥 가격은 주요 외식 메뉴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69원으로 지난해 7월(3623원)보다 6.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칼국수(3.6%), 삼겹살(3.3%), 냉면(2.2%), 자장면(2.1%), 비빔밥(2.0%), 삼계탕(1.5%), 김치찌개백반(0.9%) 등보다 상승폭이 컸다.
김밥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1월 3800원으로 오른 뒤 6월 3838원, 7월 3869원으로 추가 상승하며 올해 들어 세 차례 올랐다.
김밥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도 오름세다. 올해는 폭염 등의 영향으로 김을 비롯한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마른김 10장당 평균 소매가격은 2021년 899원에서 2022년 928원, 2023년 1019원, 2024년 1271원, 지난해 1373원, 올해 1422원으로 매년 올랐다.
◆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도 매장 감소…수익성 악화
대형 김밥 프랜차이즈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와 각 브랜드 홈페이지, 네이버플레이스에 등록된 매장 정보를 종합하면 고봉민김밥인의 매장 수는 2020년 591개에서 2024년 450개, 올해 383개로 감소했다.
고봉민김밥인을 운영하는 케이비엠(KBM)은 2024년 약 4억4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약 9억9000만원으로 확대됐다.
김밥 브랜드 가맹점 수 2위인 김가네도 감소세다. 김가네 매장은 2021년 459개까지 늘었지만 2022년 448개, 2023년 425개, 2024년 378개, 지난해 346개, 올해 335개로 5년 연속 줄었다.
김가네는 2024년 약 2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약 1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으로 전환했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약 35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확대됐다. 김가네 대학로 1호점도 지난달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얌샘김밥 매장도 2023년 233개에서 올해 217개로 감소했고, 싸다김밥은 지난해 101개에서 올해 96개로 줄었다. 프리미엄 김밥을 내세운 바르다김선생 역시 2021년 150개에서 매년 감소해 올해 87개까지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분식집과 김밥 전문점의 감소가 단순히 소비자 수요가 줄어든 결과라기보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저가 메뉴의 특성상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밥은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메뉴”라며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그렇다고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메뉴를 축소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분식점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