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에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을 매수할 때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한이 내년 말까지로 1년 더 늘어난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유예 기간도 함께 연장돼 무주택자의 자금 마련과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동시에 지원하는 조치이다.
국토교통부는 17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8일 입법예고하고,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당초 올해 12월 31일까지였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이 내년 12월 31일까지로 15개월간 적용된다. 8·3 세제개편안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에 맞춰 다주택자의 매도와 무주택자의 진입 기회를 넓히기 위한 후속 대책이다.
기존에는 최초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만 실거주가 유예됐으나, 앞으로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연장하는 기간(최장 2년)까지 인정된다. 이에 따라 시행일(10월 1일) 기준 신청 기간 15개월과 갱신 기간 24개월을 합쳐 최장 3년 3개월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 세입자가 갱신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2028년 9월 30일쯤까지 입주를 마쳐야 한다.
다만 갭투자를 통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엄격한 자격 조건은 유지된다.
매수자는 ‘올해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자’여야 하며, 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한다. 세입자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매수자는 반드시 해당 주택에 들어가 2년 동안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또한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등록임대주택)의 경우 의무 임대 기간이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고려해, 의무임대 종료일이나 이전고시일 이후부터 15개월간 실거주 유예 신청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었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은 유지하면서 임대 중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보완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2년간 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하여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면서 투기적 수요는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전월세 매물을 늘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면서도, 세제와 대출 규제가 병행 완화되어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15억 원 대출 규제와 맞물려 전세가율이 높은 강북·중랑·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갭투자 유입으로 매물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반면 전세가율이 낮고 보증금 반환 부담이 큰 강남권이나 용산구 일대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심 위원은 “종부세·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개편과 대출 규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실거주 의무 유예와 더불어 세금·대출 규제를 풀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주어야 시장 거래와 매물 공급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는 토허구역 규제 완화라기보다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며 거래 문턱을 낮추고 기존 세입자의 거주 안정을 높인 제도 보완책”이라며 “매매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과 실수요층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함 랩장은 시민들을 향해 “단순히 세입자가 있다고 갭투자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며, 계약 만료일과 갱신 여부를 따져 실제 입주 시점과 보증금 반환·대출 상환 일정을 면밀히 계산해야 한다”며 “유예기간 종료 후 의무 거주 기간인 2년을 채울 수 있도록 직장과 자녀 교육 등 생활계획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