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해외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5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대규모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위조한 공무원증과 허위 공문까지 만들어 실제 수사기관이 사건을 진행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이는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67명을 검거하고, 이 중 30대 중국인 총책 A씨 등 17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중국 등 해외에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총책과 조직원 모집책, 콜센터 상담원, 현금수거책, 대포계좌·대포유심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 사칭 조직 총책 A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중국인들과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범죄단체를 조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기관 사칭 조직 총책 50대 한국인 B씨는 구직활동 중 채팅 앱의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중국으로 건너가 콜센터 상담원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이후 범죄 경력과 실적이 쌓이자 중국인 총책과 손잡고 별도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조직에 들어갔다가, 수익을 더 늘리기 위해 직접 범죄조직을 운영하는 총책으로 신분 상승한 셈이다.
검찰을 사칭한 조직원들은 피해자 명의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인 뒤 돈의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며 지정 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경우에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속여 돈을 받아냈다.
특히 피해자들에게 위조 공무원증과 허위 IP 접속 링크를 보내고, 링크에 접속하면 피해자의 이름과 사건 개요가 적힌 허위 공문이 화면에 나타나도록 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실제 수사기관의 사건 처리 과정으로 착각하도록 치밀하게 꾸민 것이다.
조직원 모집 방식도 치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광고를 내거나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해외 출국을 권유해 범죄에 끌어들였다. 또 조직원을 추가로 모집하거나 대포계좌·대포유심 명의자를 데려오면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확대했다.
경찰은 2018년부터 2023년 11월까지 중국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 36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공범 45명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검거된 조직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과 범죄수익금 계좌 분석 등을 통해 중국 현지 사무실의 이전 경로와 조직원들을 추가로 특정해 이번 검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검찰·금융기관 사칭을 넘어 노쇼 사기, 쇼핑몰 리뷰 아르바이트 사기, 로맨스스캠 등으로 수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며 “해외 범죄단체에 가담하거나 대포통장·대포유심을 제공하는 행위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현재 해외로 달아난 공범 33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