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간이 내년 말까지 연장되고 갱신계약까지 허용되면서, 자칫 실거주 요건에 막힐 뻔했던 ‘세입자 낀 주택’ 거래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거래 가능한 매물이 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진입 문턱도 낮아지면서, 얼어붙었던 매매 거래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도입한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의 신청 기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17일 밝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할 경우 원칙적으로 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 예외 폭 한층 넓혀… “주거 안정성 높이려는 취지”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가 막히면서 매물이 줄고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난 5월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의 입주 유예만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예외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신청 기한이 1년 연장된 것은 물론,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할 경우 한 차례에 걸쳐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다. 다음 달 1일 시행일부터 남은 신청 기간 15개월에 갱신계약 가능 기간 24개월을 더하면, 최장 3년 3개월간 입주를 미룰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연장 조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 세제 혜택 단계적 폐지 등 세제 개편에 맞물려 주택 거래 여건을 보완하는 성격도 띤다.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동시에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원칙은 유지하되, 임대 중인 주택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완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도 높이려는 것”이라며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투기적 수요는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 ‘세입자 낀 매물’ 거래 위축 우려 덜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매매시장에 즉각적인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의무로 인해 세입자가 낀 주택의 거래가 사실상 가로막혀 있었다. 지난 5월 한시적 유예 조치로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올해 말 신청 종료를 앞두고 있어 내년부터 다시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내년 말까지 유예 신청이 가능해지고, 세입자의 갱신계약을 통한 추가 유예(최대 2년)까지 인정되면서 ‘세입자 낀 매물’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됐다. 특히 내년에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요율 인하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 등이 맞물릴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도세 부담 완화로 다주택자의 매도 유인이 커지는 동시에, 세입자를 낀 주택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길이 넓어져 매물 출회와 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양도세 중과요율 인하 등이 확정될 경우 매물 증가와 거래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초기 자금 부담 줄어… 무주택자 매수세 자극할 듯
매수자 입장에서도 초기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승계한 채 주택을 매수하고 실제 입주는 뒤로 미룰 수 있어, 사실상 일정 기간 전세를 낀 매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주택 매매가 전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젊은 층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 효과가 일부 허용되는 셈이어서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층의 매수세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투자 목적의 갭투자를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다. 매수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무주택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하며,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해당 주택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물과 거래량이 폭증하기보다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 선택지가 넓어지는 수준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공존한다.
◆ ‘예외의 덧칠’ 계속… “근본적 해결책 안 돼”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의 부작용을 또 다른 예외 조항으로 막아 세우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거주 요건을 내세워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던 정부가, 지난 5월 유예 조치에 이어 불과 넉 달 만에 기한을 연장하고 갱신계약까지 허용하며 규제의 예외 범위를 거듭 넓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예외의 덧칠이 지속되는 양상”이라며 “서울의 전세 거주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한 갭투자 차단 정책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인 만큼, 제도를 고수하는 한 임대차 시장의 가격 불안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국 책사컨설팅컴퍼니 소장은 “한시적 규제를 잠시 유예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오히려 전·월세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