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관리할 접점을 찾고 있다.
관세 인하와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논의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안전 협력도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다만 미국이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에 선을 긋고 있고, 대만 무기판매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어 경제 분야 합의가 양국 관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 20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4일 미·중 정상회담에 앞선 협의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 이어 4개월여 만에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 것이다.
◆두 정상은 왜 다시 협상 나섰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남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의 방문을 환영하며 생산적인 의제가 많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와 유가 상승, 장기화한 이란전쟁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에 합의한 두 정상은 ‘관계 안정화’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에 맞춰 열리는 국빈만찬에는 미국 주요 기술기업 인사들이 참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팀 쿡 애플 집행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주최 만찬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는 샘 올트먼 CEO의 참석을 공식 확인했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쿡 의장, 황 CEO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중 때 동행했다.
중국이 대규모 기업인 사절단의 동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겸 중앙서기처 서기 등 고위 관리들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를 수행단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왕촨푸 BYD 회장의 합류가 성사되면 미국을 자극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시장 진입을 막고 있으며, BYD는 지난 6월 중국군과 연계됐다는 의혹으로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한 제약 등을 고려할 때 투자위원회를 통한 큰 성과에 대한 기대는 낮다고 전망했다. 양국이 관세를 낮출 비민감 교역 품목을 분류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동행이 실제 투자·교역 확대로 이어질지는 별도 협의에 달린 상황이다.
◆관세·농산물에 AI까지… 합의 범위는
가시적인 성과가 거론되는 분야는 관세다. AP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300억달러(약 41조원) 규모 상품에 대한 상호 관세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역위원회 구상의 일환으로, 같은 규모의 비민감 품목을 정해 관세를 낮추는 방식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조기에 합의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AP가 인용한 바클리 보고서는 양국의 관세 휴전이 11월10일 만료된다며, 광범위한 무역협정 체결보다 특정 품목의 관세를 낮추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농산물 구매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0일 거래업자 4명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최근 미국산 대두 약 100만t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이 앞서 발표한 중국의 구매 약속은 2028년까지 매년 대두 2500만t과 대두를 제외한 농산물 170억달러(23조2000억원)어치다. 이번 구매를 포함한 대두 누적 구매량은 연간 약속의 절반에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일 CNBC 인터뷰에서 대중 수출통제 완화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일부 칩 판매를 제안했지만 중국이 구매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 측 발언대로라면 교역 확대 논의와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는 별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AI에서는 최근 불거진 AI 위험과 속도조절론을 놓고 대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미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전히 AI 분야 선두 주자”라며 “양측이 공통으로 직면한 위험을 피하고, 양국의 AI 시스템이 서로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정상이 AI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접점은 찾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이유로 선을 그었다. 중국도 속도조절은 미국이 AI 주도권을 독차지하려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희토류는 기존 합의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지가 쟁점이다. 일부 중국 공급업체는 수출허가를 받고도 자국 당국의 제재를 우려해 미국행 선적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부산과 베이징 회담에서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미국 기업은 수출허가를 6개월 넘게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 간 합의 이후에도 기업이 원료를 받기까지는 허가와 선적 단계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란·대만 갈등 속 정상외교 어디까지
이란 문제도 양국 관계와 맞물려 있다. 베선트 장관은 전날 청문회에서 중국과 이란 문제에 관해 비공개 논의를 해왔다며 주말 협의와 시 주석의 방미 때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이란을 지원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까지 제재할 경우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CNBC는 중국 은행을 제재하면 중국의 보복으로 무역갈등 완화 국면과 미국의 핵심광물 조달이 흔들릴 수 있고, 중국을 제재에서 제외하면 이란에 대한 압박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는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미·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회담 전에 대만에 대한 신규 무기판매를 승인하면 중국이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서도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정상 간 대화와 대만 방위 지원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레이먼드 그린 미국재대만협회(AIT) 대표는 지난 9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안보포럼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오해와 오판을 피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활동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대만의 자체 방위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대표는 대만을 둘러싼 충돌이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공정성과 상호주의에 기초한 전략적 안정 관계를 진전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미국의 전직 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관련 언론 간담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 모두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는 하겠지만 현실은 그들의 전략적 이익이 나뉘어 있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극도로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으려 할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