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가성비 PC’로 이름을 알렸던 주연테크가 상장 20년 만에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두 달 가까이 시총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다.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와 유상증자, 신규사업 추가 등 상장 유지를 위한 움직임도 이어졌지만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연테크는 지난 7월21일 거래소로부터 시총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 지정을 받았다. 주연테크는 지난 2006년11월 상장해 20년 간 코스피 상장사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상장 당시 회사는 국내 가정용 데스크톱PC 시장 2위 업체로 주요 대기업과 경쟁하면서도 자체 브랜드로 시장 입지를 구축했다. 상장 직전인 2005년 주연테크는 매출액은 3122억원, 순이익 6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 후 PC시장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과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면서 주연테크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년 88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435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매출은 일부 회복했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22년 영업손실은 63억원까지 늘었고 지난해는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고꾸라지면서 주가 역시 사실상 방치 수준에 놓였다. 1년 전만 해도 주연테크 주가는 2000원대 후반을 형성했지만 이후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17일 기준 주가는 469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1일 관리종목 지정 이후 주가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문제는 주가 하락이 주연테크의 상폐 시한을 앞당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월1일부터 코스피 상장사의 시총 기준금액은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올라갔다. 금융위원회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시총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상향했고 주가를 방치한 주연테크는 시총 300억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금융위가 기준금액을 높인 지 불과 20일 만에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주연테크는 상향한 시총 기준(300억원)은커녕 종전 기준인 200억원도 이미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시총 300억원을 가뿐히 넘었지만 올해 6월부터 주가가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시총도 쪼그라들었다. 16일 기준 시총은 65억원을 기록했다.
관리종목 지정 후 시총 기준을 회복해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시한은 90거래일 간이다. 이 기간 동안 시총 300억원 이상인 상태가 45거래일 이상 이어져야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기준금액 이상 상태를 45거래일 연속 확보하지 못하면 즉시 상폐된다.
주연테크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가상현실(VR), 바이오매스 등 신규사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최대주주인 화평홀딩스는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자금 지원 사격에도 나섰다. 하지만 주가는 9월 초 1000원대로 반등한 이후 다시 고꾸라지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거래소는 투자유의안내 공시를 내고 “주연테크가 관리종목 지정 이후 현재 40일이 지났지만 시총 기준을 충족한 기간은 하루도 없다”며 “45일이 지나면 상폐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니 투자자는 주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까지 45거래일 연속 시총 기준금액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연테크는 상폐 사유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상폐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상폐 위기에 놓인 주연테크는 지난 7일 관리종목 지정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최근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대응해 일부 상장사들이 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폐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주연테크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리면서까지 급격하게 시총 기준을 높이면서 투자자 보호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주연테크의 경우 상황이 셈법이 다소 복잡하다. 이번에 강화된 300억원 기준뿐 아니라 기존 200억원 기준으로 보더라도 시총 미달 상태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강화한 기준 때문에 상폐 위기에 놓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때 가성비 국민PC로 불렸던 주연테크가 코스피 상장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