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駱山)은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싸고 있던 내사산(?四山: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중 하나로, 한양도성의 좌청룡(左?龍)에 해당한다. 낙산은 ‘타락산’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지명 유래가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산의 모양이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하여 낙타 타(駝/?)와 낙타 락(駱) 자를 써서 타락산(駝駱山/?駱山) 또는 낙타산이라 불렸다는 설이고 소수의 견해이지만 이 산기슭에 조선시대 궁궐에 우유를 공급하던 관청인 유우소(乳牛所)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산을 낙타 타와 우유 락(酪) 자를 써서 타락산(駝酪山)이라 했다는 설이다. 당시에는 우유를 ‘타락’이라 불렀기 때문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부천 대장동에서 부천역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약대오거리’라는 거리가 있다. 흔히 이 근처에 약학대학이 있어서 ‘약대’오거리라고 한다는 오해도 있지만, 약대(若大)는 낙타를 가리키던 우리 옛말이고 가까운 곳에 낙타를 닮은 고갯마루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지명총람’ 경기 부천시 약대동 조에 제시된 두 고개의 이름, 즉 ‘분두재고개’(즉 분둣재)와 ‘약대고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지명총람’의 설명만 보면 분두재고개와 약대고개를 다른 고개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분두재고개는 약대고개의 이칭으로 판단된다.
‘분둣재’의 대략적인 정상 높이는 약 37m이고 이 분둣재에서 도당동 쪽으로 가는 길의 가까이에 아주 조그마한 고개가 하나 있는데, 이를 ‘내리고개’라 한다. 이 내리고개의 정상 높이는 대략 40m인데 분둣재와 내리고개가 쌍봉낙타의 형상을 가지고 있어서 이 둘을 아울러 약대고개/약대현이라 한 것이다. 분둣재의 ‘분두’가 한자어 ‘分頭’로서 골짜기 안에 갈라진 언덕이 있음을 가리키던 말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약대공원에서 약대초등학교를 지나는 약대로에 해당하며 도로를 내면서 많이 깎였지만 약대초등학교를 아래위로 감싸는 두 개의 고갯마루가 멀리서 보면 약대, 즉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
오늘날 ‘약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없지만 전국에 외봉, 쌍봉 낙타의 모양으로 생긴 지명에 ‘낙산’으로 혹은 ‘약대’로 남은 지명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저 사막지대를 살던 낙타는 어쩌다 한반도 여기저기 산악지대에서 ‘약대’가 되었을까. 지명을 찾아가다가 만나게 되는 우리말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김양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