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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터비엔비 707호거든요” 유심 없는 전화 속 한마디… 끝까지 놓치지 않은 119

위치추적도 재통화도 불가능, 음성녹취 반복 분석
생성형 AI·민원 DB·지도·로드뷰 총동원해 찾아내
39분 만에 위치 특정, 심박수 180회 30대男 구조

“저… 119, 저… 아터비엔비 707호거든요.”

 

지난 13일 오후 10시13분. 전북 119종합상황실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힘겹게 몇 마디를 내뱉었다. “심방 심장리 171이요.”

 

119 근무자가 다시 물었다. “어디라고요?”, “신고자분 무슨 일이세요?”

 

전북도소방본부 119 상황실 모습.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전북도소방본부 119 상황실 모습.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고 침묵만 이어졌다. “여보세요?”라는 물음이 거듭됐지만 응답은 없었다. 결국 전화는 끊겼다.

 

위치를 확인할 수도, 다시 전화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신고에 사용된 휴대전화가 유심(SIM)이 장착되지 않은 단말기였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신고자가 남긴 몇 마디뿐이었다.

 

전북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수보요원들은 통화 녹취를 반복해서 들었다. 짧고 불명확한 말 속에서 출동 장소를 찾아야 했다. 상황실은 특히 “171”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주소의 번지수가 아니라 심박수 등 신고자의 신체 상태를 말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단순한 위치 문의가 아니라 심장 관련 응급 상황일 수 있었다.

 

수보요원들은 곧바로 역할을 나눴다. 신고자가 말한 “아터”와 비슷하게 들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명확한 음운과 유사한 건물명을 분석했고, “707호”라는 단서를 더해 전북 지역 7층 이상 주거시설로 범위를 좁혔다.

 

민원 데이터베이스(DB)까지 뒤졌다. 유사한 이름을 가진 건물을 교차 확인한 끝에 후보지는 4곳으로 압축됐다. 이후 지도와 로드뷰를 대조한 결과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의 ‘아토디움 707호’가 가장 유력한 장소로 떠올랐다.

 

신고가 들어온 지 39분 만인 오후 10시52분. 구급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혹시 문이 잠겨 있을 상황에 대비해 경찰에도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신고자는 30대 남성이었다. 의식과 호흡을 확인한 뒤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12유도 심전도 검사를 진행했다.

 

환자는 앞서 심계항진과 함께 맥박이 분당 180회까지 뛰었다고 호소했다. 구급대는 환자를 안정시키면서 발살바 호흡을 유도하는 등 응급처치했다. 이후 증상이 호전됐고, 환자는 병원 이송을 원하지 않았다. 구급대는 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악화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도록 안내한 뒤 현장을 떠났다.

 

위치 정보도, 재통화도 불가능한 신고에서 짧고 불명확한 몇 마디가 어떻게 구조의 실마리가 됐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상황실은 신고자의 말 한마디를 흘려듣지 않고 단서로 활용해 음성의 발음과 숫자, 건물 형태, 데이터베이스와 지도 정보를 차례로 맞춰가며 출동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진형민 전북도소방본부장은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은 상황요원들의 판단과 대응이 요구조자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다양한 정보와 현장 경험을 적극 활용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