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속에서 사자 한 마리가 활짝 웃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갈기가 털이 아니라 노란 광채와 초록 덩굴로 빛나고 있다. 옆 캔버스에서는 빨간색, 파란색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하나은행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그림이다.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G-round ART FAIR 2026(그라운드 아트페어)’에는 하나은행과 함께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해온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 18점을 전시한 특별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작가들은 ‘하나 아트크루’ 소속이거나 올해 ‘하나 아트버스’에서 상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2023년부터 ‘하나 아트크루’를 통해 신진 장애인 미술가를 발굴해 직접 채용하고 있다. 신진 장애 작가들을 찾아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결성된 예술단으로 현재 32명의 작가들이 소속돼 있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독창적인 시선과 재능을 담은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 아트버스는 발달장애 예술가의 창작 기회와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미술 공모전으로 2022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제5회차를 맞이했다. 그간 총 3394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올해는 협업 상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판매금액의 50%는 참여 작가에게 경제적 자립을 위한 로열티로 제공했고, 나머지 50%는 발달장애 작가들의 창작 활동과 사회진출 기회 확대를 위해 재투자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 본사가 인천 청라로 이전하면서 지역 벽화 조성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아트페어는 이들 작가의 그림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자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애인이라는 편견에 갇혀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작가들을 위해 ‘창작 지원·공모·발굴·수상·아트페어 전시·대중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작가 성장의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
기업이 작가를 발굴하고 창작을 지원한다면, 그라운드 아트페어는 그 작품을 대중과 컬렉터에게 연결한다. ‘지원받는 예술가’에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가’로 성장하는 길을 만드는 것, 이번 하나은행과 아트페어의 만남이 갖는 의미다.
작품을 전시한 최세림 작가는 “나만의 세상에서 나온 작품들을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이 좋다”며 “그들에게 내 작품이 어떻게 기억되는지도 궁금하다”고 설렘을 표현했다. 고다진 작가는 과일과 꽃이 담긴 작품을 소개하며 “멋진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 어떤 그림을 그릴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이번 아트페어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관람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발달장애 작가’라는 수식어보다 한 명의 예술가로 관람객과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작가들이 예술가로서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다양한 아트페어·전시 참여, 협업 굿즈 제작, 지역사회 활동 등으로 더 넓은 세상과 만나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예술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포용의 가치를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