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7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위탁받았지만 10년이 넘도록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음에도 투자가 지지부진하면서 KIC의 투자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KI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진출 공동투자를 목적으로 KIC가 운용해온 7조원 중 투자 승인이 이뤄진 금액은 총 5억5000만달러(약 7603억원)로 전체 운용자금의 약 10.9%에 그쳤다. 승인 후에도 투자 집행이 지연되면서 실제 집행액은 1966만달러(약 271억원)로 전체 운용자금의 0.3%에 불과했다.
2015년 기획재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확장과 생산거점 확보 등을 지원하기 위해 7조원 규모의 정책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KIC에 위탁했다. KIC는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른 국내 유일의 법적 국부펀드로, 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해 국부증대를 창출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됐다.
하지만 거액의 자금을 위탁받은 이후에도 투자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IC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총 9건의 투자 검토를 진행했지만 실제 집행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투자조건 변경과 향후 사업 전망 불확실성, 국내 기업의 투자계획 철회 등이 잇따르면서 검토한 사업들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투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KIC는 지난해 12월10일 IMM인베스트먼트와 도미누스에쿼티파트너스의 2개 전략적 투자 전용 펀드에 각각 2억달러(약 2800억원), 총 4억달러(약 5600억원)의 투자를 승인했다. 올해 3월18일에는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의 해외 임상과 라이선스 아웃(LO·기술 수출 및 이전)을 지원하는 플랫폼에 1억5000만달러(약 2072억원)의 투자도 승인했다.
그러나 승인된 투자금 가운데 실제 집행된 규모는 아직 1966만달러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승인한 2개 펀드에 대해 올해 6월과 8월 자금이 집행됐지만, 총 승인액 4억달러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 3월 승인한 1억5000만달러 규모 투자는 세부 계약조건을 협의 중이어서 아직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자금 위탁 이후 10년이 넘도록 투자 집행이 지연되면서 KIC의 국내 기업 해외진출 지원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의원은 “KIC라는 기관 특성상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KIC에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전략 국부펀드를 신설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KIC가 보여준 실적을 보면 국부펀드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KIC 관계자는 “과거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점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지만 7조원 돈을 그냥 묵혀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를 하지 않았을 때는 주식 등 기존 포트폴리오에 자금을 넣어 수익을 창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그동안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투자 불발 등 여러 변수가 겹쳐 나타난 결과이며 현재는 사모펀드 위탁운용 등 간접투자까지 고려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