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2개월 만에 긴축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둔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위험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 자체는 시장이 예측한 바 있어 향후 관심은 연준이 몇 차례나 더 금리를 인상할지에 쏠린다.
◆인플레 계속… 연내 추가 인상 주목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위원회의 목표치인 2%로 적시에 복귀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도 연준의 판단을 인상 쪽으로 기울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인상 결정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기조적인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이란 전쟁 장기화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대출 금리가 2020년대 초반보다 높은 수준임에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여러 경제지표가 여전히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성장과 고용이 비교적 탄탄해 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실질 증가율이 2.3%, 내년 2.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도 올해 4.1%로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연준이 연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연준 위원들은 이날 함께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4.1%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 전망치인 3.8%에서 0.3%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가 3.75∼4.00%가 된 점을 고려하면 연준 위원들이 연내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한 차례 더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0월 또는 12월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
다만 이번 긴축이 2022∼2023년과 같은 가파른 연속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경제가 당시와 같은 전반적인 과열 국면에 있는 것은 아닌 데다 이미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돼온 만큼 연준이 향후 물가와 고용 지표를 확인하면서 인상 사이에 간격을 둘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워시 충돌할까
11월 미 중간선거를 7주가량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진 이번 금리 인상은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등 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금리 인상을 비판하면서도 워시 의장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는 “워시 의장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에게는 적대적인 이사회가 있다”며 워시 의장 개인에 대해선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워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를 묻는 말에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특정 국가들과 무역을 끊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는 “연준 독립성의 일부는 우리 차선(본연의 임무)을 지키는 것”이라며 “독립성은 양방향 도로”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당시 본인이 임명한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과 금리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현재로선 워시 의장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워시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장기간 듣지 않을 경우 연준과의 충돌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루스소셜 글에서 “우리가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떠받치고’(carrying) 있으며, 이런 상황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며 “미국의 금리를 낮추라. 서둘러서!”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