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도내 유족들에게 매달 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주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전주 지역의 올해 지급이 사실상 무산됐다. 전주시는 세입 감소와 지방채 누적 등 재정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시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전북도와 분담 비율을 조정해 내년부터 사업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17일 전주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2026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시가 편성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수당 1억1214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는 애초 오는 22일까지 지급 대상자 신청을 받은 뒤 자격 확인을 거쳐 11~12월 중 첫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전북도가 지난달 26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유족으로 공식 등록된 도내 723명에게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추진됐다. 대상자는 손자녀 108명과 증손자녀 615명으로, 전북도는 애초 월 5만원이던 지급액을 보훈 수당 수준 등을 고려해 월 10만원으로 높였다.
연간 사업비는 8억6800만원으로, 전북도와 각 시·군이 3대7 비율로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관련 예산 1억1214만원을 추경에 편성했지만,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추경안 심사를 통해 전액 삭감했다.
전주시의회가 문제로 삼은 것은 악화한 재정 여건과 시비 부담이다. 세입 감소와 지방채 누적 등으로 재정 운용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도가 주도하는 사업에 시·군비 부담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전북 전체 유족 723명 중 전주시에만 267명(37%)이 거주하고 있다. 반면 진안·무주·장수·순창 등 일부 지역은 대상자가 단 2명에 불과해 지자체별 재정 부담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다.
전주시는 첫해 재정 부담을 고려해 도가 제시한 연 120만원보다 낮은 연 60만원 수준으로 지급액을 줄여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마저도 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예결위는 전주시가 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도 제때 하지 못한 재정 상황을 지적하며, 공직자 처우 개선을 위한 집행부의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예산 삭감 소식을 접한 유족 10여 명은 전날 전주시청과 전주시의회를 찾아 조지훈 전주시장과 장병익 시의회 예결위원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유족 수당을 둘러싼 논란은 사업 추진 초기부터 이어졌다.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전북이 참여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130여 년 전 역사적 사건의 유족까지 지방자치단체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다른 역사적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일부 기초지자체도 사업 추진에 난색을 보였다. 익산시는 131년 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유족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고, 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뜻을 냈다가 최근 찬성으로 태도를 바꿨다.
전주시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올해 수당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전북도와 도비 분담 비율 재조정 등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전주시의 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 추진 방안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