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K1·K9 성능 높인다… ‘드론 전쟁’이 바꾼 지상전 공식 [박수찬의 軍]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K1E2 등 기동·화력사업 예산 대거 반영
대규모 기갑집결 대신 소규모 분산운용
북한 자폭드론 대비 전술·방호 혁신 필요

한국군 기갑 전력 보강 작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K9A2 자주포 등 신기술이 적용된 장비의 연구개발과 더불어 기존 장비의 성능을 보강하는 사업이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에 의해 전차, 장갑차, 자주포 운용 방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만큼 예산 투자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을 더 적극적으로 연구·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K1E1 전차가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제병협동전투사격 훈련에서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K1E1 전차가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제병협동전투사격 훈련에서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능개량·연구개발 사업 추진

 

방위사업청이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는 △K1E2 전차 △차륜형장갑차 성능개량 △K200 장갑차 성능개량 △K9A2 자주포 등의 기동·화력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1980년대 개발된 K1 전차는 2010년대 K1E1으로 개량된다. 여기서 E는 강화형(Enhanced)이라는 뜻이다.

 

K1E1은 C4I 등 전자장비를 대폭 보강했고, 전·후방 감시카메라를 비롯한 장비들이 추가됐다.

 

하지만 K1E1 운용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를 개량하기 위한 사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K1E2 전차 사업이 진행됐다.

 

육군 K1E1 전차가 헬기 엄호 아래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K1E1 전차가 헬기 엄호 아래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당 사업은 2029년까지 약 3689억원을 투입해 K1E1 전차에 포수조준경, 냉방장치, 양압장치, 보조전원공급장치를 장착하는 성능개량 사업이다. 내년에 861억원이 투입된다.

 

2017년에 처음으로 소요가 결정됐으나, 사업타당성 조사와 분석 및 양산총사업비 심층검토 등을 거치면서 사업 내용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일선에 배치되어 있던 K1E1 전차 1000여대 대부분을 2038년까지 개량하는 방안이 추진됐고, 총사업비도 1조249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각각 다른 잔존 수명을 고려할 때 전체 수량을 모두 개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27∼2029년 창정비 물량으로 일단 성능개량을 하고, 이후에는 미래 전차 전력 소요 등을 고려해서 재검토를 추진하기로 했다.

 

육군 K1E1 전차가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제병협동전투사격 훈련에서 표적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K1E1 전차가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제병협동전투사격 훈련에서 표적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2 전차의 후속 무기체계인 차세대 전차 개발과 K2 전차 성능개량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륜형장갑차 성능개량은 2021년부터 내년까지 약 50억원을 투입해 전투원 생존성 증대, 감시 및 타격능력 향상, 실시간 전장정보 공유 능력 보강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성능개량 대상은 육군과 해병대에서 쓰는 보병전투용 일부 차량이다.

 

내년에는 약 43억원이 반영됐다. 내년까지 연구개발이 이뤄지면 2028년도 예산에 377억원을 반영해서 양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육군이 운용중인 차륜형장갑차.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이 운용중인 차륜형장갑차.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능개량의 가장 큰 특징은 장갑차 상부에 설치될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다.

 

승무원은 적탄으로부터 안전한 차량 내부에서 모니터와 운용장치를 통해 적군에 기관총 사격을 할 수 있다.

 

장갑차에 탑승한 보병들이 외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장갑차의 측면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감지하는 카메라, 통신 및 지휘체계 등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장갑차 내부에서 주·야간 카메라 영상 및 거리측정기를 사용해서 외부를 관측, 표적을 탐지·식별해 표적에 대한 영상 자동추적, 장전, 사격 등의 임무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운용한다.

 

또한 지휘통제-타격체계 간 전술정보의 실시간 유통도 가능해진다.

 

육군 K9 자주포가 사격 관련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K9 자주포가 사격 관련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9A2 자주포는 2023년부터 내년까지 약 500억원을 투자해서 K9의 송탄·장전 등을 자동화해 발사속도를 높이고, RCWS와 자동소화장치를 장착해 승무원 생존성을 높이는 성능개량 사업이다. 내년 예산으로는 153억원이 반영됐다.

 

K200 계열 장갑차의 엔진과 변속기 성능을 높이는 K200 장갑차 성능개량 사업도 2021∼2027년까지 약 1380억원이 투입된다. 내년 예산에는 278억원이 배정됐다.

 

개량 대상은 K242 4.2인치 박격포 탑재 장갑차, K281 81㎜ 박격포 탑재 장갑차, K288 구난장갑차다. 기계화보병부대에 대한 화력·정비지원 등을 담당하는 차량들이다.

 

이외에도 K2 전차, 차륜형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 K21 보병전투차량 2차 사업 등이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반영됐다.

 

육군 K200A1 장갑차가 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K200A1 장갑차가 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도 우크라이나 교훈 반영해야

 

새롭게 연구개발이 진행중인 기동·화력 분야 전력증강사업과 K2 전차·K21 보병전투차량 등의 생산까지 감안하면 한국 육군 기갑 전력은 북한군 공격을 충분히 저지할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갑부대 운용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기갑전술 등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개전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정찰·자폭드론 운용이 급증했다.

 

전쟁 초기에 등장했던 대규모 기갑부대의 집결 및 전선 돌파 시도는 드론에게 좋은 표적이 됐다.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드론 저지용 장갑을 두른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드론 저지용 장갑을 두른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갑부대가 공세를 위해 집결지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폭드론 공격으로 상당수의 장비가 파괴되어 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전차 등 기갑장비를 대규모로 운용하면서 전선을 뚫으려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

 

지상전에서 전차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운용방식은 달라졌다.

 

화력 지원·거점 파괴용 소규모 분산 운용이 급증했다.

 

소대급(전차 3~4대) 단위 운용이 적 진지 파괴·점령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화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보병전투차는 시가전 등을 제외하면 병사들을 전선으로 수송하는 용도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차륜형장갑차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인칭 시점(FPV) 드론 공격이 널리 쓰이면서, 드론에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프랑스산 시저 차륜형자주포를 사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프랑스산 시저 차륜형자주포를 사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차륜형장갑차는 우수한 기동력을 토대로 보병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선 인근까지 수송하고, 빠르게 후방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다만 지형이 험할 때는 궤도형 보병전투차도 쓰인다.

 

자주포는 포격 후 수십초 안에 이동하는 전술이 강조되고 있다.

 

포격 전 적군의 드론 존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빠르게 포격을 가한 뒤 철수한다.

 

프랑스산 시저 차륜형자주포의 경우 60초 이내에 전개해서 40초 안에 이탈이 가능한 성능을 지녀 우크라이나군에서 선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는 한국군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군은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다.

 

북한군은 현재 정찰 자폭드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고, 양산과 실전배치 가능성도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한반도에서 유사시 대규모 기갑부대 집결 및 이동은 북한 자폭드론의 표적이 될 위험이 크다.

 

전시에 기갑부대 집결과 이동은 북한군 정찰·자폭드론에 노출될 위험을 전제로 하고 전시 작전계획을 재설정해야 한다.

 

해병대 K1A2 전차가 훈련을 위해 도로에서 기동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해병대 K1A2 전차가 훈련을 위해 도로에서 기동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우크라이나 기갑부대가 소규모로 운용되면서 드론과 지상무인장비 등을 함께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부대 조직과 구성 등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차를 앞세워 전선을 돌파하는 고전적 방식의 대규모 기갑운용 대신 적 진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의 화력지원과 보병 엄호를 위한 소규모 분산 운용 방식도 익힐 필요가 있다.

 

전차·장갑차에 모듈형 장갑을 적용해 파손 부위만 빠르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부품 교체를 표준화해서 정비 소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육군 K2 전차가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K2 전차가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9자주포도 드론 공격을 저지하는 수단을 추가하고, 신속한 포격 및 이탈이 가능하도록 전술과 장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K9 자주포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이더, 요격용 직충돌드론 또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탑재한 지상무인차량들을 K9 포대 주변에 배치해서 드론 공격시도를 사전에 탐지·차단하는 개념을 구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은폐 진지 안에 숨어있던 자주포나 다연장로켓이 FPV 드론 공격을 받아 파괴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 다각도 방호가 가능한 방향으로 은폐호 건설 교범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군의 기갑 전력은 동아시아 최강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미래전 양상에 걸맞는 혁신이 부족하다면, 위력은 반감된다. 관성적인 전력증강 대신 미래전을 위한 혁신적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