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노동계 등에서 산업별 임금 정보 제공 필요성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에도 임금 정보를 알기 어려운 채용공고 개선 관련 논의가 이어진 가운데, 구직자 10명 중 8명이 채용공고에서의 임금 정보 공개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18일 나왔다.
◆‘연봉과 초봉’ > ‘근무환경·조직문화’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구직자 1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공고 임금 정보 공개에 대한 구직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원 기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정보’를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3%가 ‘연봉·초봉’이라고 답했다.
이어 △근무환경·조직문화(16%) △직무·커리어·성장 가능성(13%) △복리후생(7%) △재무현황·기업 안정성(4%) △입·퇴사율·근속연수(4%) △현직자 리뷰(3%) 등의 순이었다.
‘채용공고나 기업정보를 확인할 때 가장 찾기 어려운 정보’를 묻자 37%가 ‘연봉·초봉’을 꼽았다. 채용공고에 ‘면접 후 협의’나 ‘회사 내규에 따름’ 등 구체적인 임금 정보가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연봉 정보가 없어 지원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50%에 달했다.
공개되지 않은 연봉 정보 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채용플랫폼 등에서 추정치를 확인한다’는 응답이 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튜브·SNS·커뮤니티에서 검색한다(20%) △지인·선배·현직자에게 물어본다(19%) 등의 순이었다.
연봉은 지원 기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정보로 꼽혔지만, 연봉을 물어본 적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88%일 만큼 기업에 직접 묻는 구직자는 많지 않았다.
연봉을 묻지 않은 이유로는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원자로 보일까 봐’가 43%로 가장 많았고,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27%), ‘회사 측에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25%), ‘질문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여서’(1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채용공고에 임금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는 전체 응답자의 80%가 찬성했다. ‘잘 모르겠다’는 11%, ‘반대한다’는 9%였다.
임금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정확한 연봉 금액 공개’가 4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최소·최대 연봉 범위 공개(19%) △해당 직무의 평균 연봉 공개(15%) △최소 연봉만 공개(11%) △공고에는 표시하지 않고 면접 단계에서 안내(9%) 등의 순이었다.
임금 정보 공개가 지원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95%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응답이 53%,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응답이 42%였다.
◆李 대통령도 “일리 있다”던 임금 명시 의무화
구직자들이 채용공고에서 임금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하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졌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식 및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기업별 임금을 일률적으로 공개하기보다는 정부가 임금 정보를 취합해 산업별 표준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 임금 정보는 필수 공고 항목이 아니다. ‘연봉 협의’나 ‘회사 내규에 따름’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도 법 위반은 아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보 비공개가 청년의 저임금 고착화를 낳으므로 법 개정으로 채용 공고 시 임금 명시를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던 한다스리 국제의료재단노조 위원장 발언에 “아주 일리 있는 말”이라며 “예를 들면 10%를 벗어나지 않는 평균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고 호응했다.
김 장관은 기업별 임금 공개에는 일종의 영업비밀 등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도, 유럽에서는 산업별로 일정 수준의 임금 정보가 제공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해 정부가 임금 정보를 취합해 산업별 표준 임금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노사 협상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덧붙였다.
정부의 관련 논의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고용노동 분야 정상화 과제 추진 태스크포스’ 2차 회의에서 고용 분야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임금 정보를 알기 어려운 채용공고 개선’을 논의했다.
◆與에서 ‘임금 공개’ 법안 잇따라 발의
국회에서도 채용공고의 임금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려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근로조건 기대와 실제 채용 조건의 불일치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채용공고 단계에서 임금 구성항목 등을 명시하고 이를 허위로 표시한 구인처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6월에는 같은 당 이정헌 의원이 임금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같은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국회 검토 과정에서는 임금 공개 의무화의 취지와 함께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한계가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화실 전문위원은 김 의원의 법안에 “구직자의 알 권리 보장 취지로 이해된다”면서도, 구직자의 능력이나 경력 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임금 총액 등을 일률적으로 구체화해 제시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법안을 놓고는 “임금 설정 투명성 제고로 노동시장 내 공정·효율성 강화”라는 취지로 평가하면서, 기업이 규제 준수를 형식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지나치게 넓은 임금 범위를 제시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원하는 공개 수준과 기업의 임금 결정 현실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향후 제도화 과정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