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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라 씨, 통일교 문제도 사실대로 말해야 [종교칼럼]

보수 성향의 작가·번역가인 노태정 씨는 유튜브 ‘노태정 팟캐스트’에서 정치·역사·종교 분야 인사들과 대담하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 북한 인권단체 ‘모두 모이자’의 대표 리소라 씨가 출연했다. 재일북송교포 2세인 리 대표는 2007년 두 자녀를 데리고 탈북해 일본에 정착한 뒤 재일교포 북송사업의 책임 규명과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펼쳐왔다.

 

리 대표는 이날 진행자 노태정 씨와의 대담에서 북한의 실상을 비판하던 중 통일교 문제를 꺼냈다. 북한의 인권 유린과 공산주의 체제의 폐해를 알려온 리 대표의 용기와 활동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통일교와 일본 정치권의 관계를 설명한 대목에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주관적 평가를 객관적 사실처럼 전달한 부분이 적지 않다. 리 대표는 범인이 어머니의 통일교 헌금으로 가정적 어려움을 겪은 뒤 그 분노를 아베 전 총리에게 돌렸고, 피살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와 일본 정치권의 결탁이 폭로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범인의 동기와 종교단체의 법적 책임, 일본 정치권의 대응을 하나의 인과관계로 묶을 위험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범인의 현장 접근과 사제 총기 발사를 막지 못한 경호 실패에 있다. 개인의 특정 종교에 대한 원한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책임을 그 종교에 돌릴 수는 없다. 범인이 어머니의 헌금 문제로 통일교에 원한을 품었다는 것은 범행 동기에 해당하며, 종교단체의 법적 책임과는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일본 법원은 위법한 헌금 권유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형사 범죄가 확정되지 않은 종교법인에 민사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해산명령까지 내린 것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원칙에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따져볼 문제다.

 

리 대표가 “통일교는 처음에는 잘했지만 나중에 변질됐다”고 말한 대목도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처음에 무엇을 잘했으며, 언제부터 어떤 근거로 변질됐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혔어야 한다. 근거가 빠진 채 ‘변질’이라는 결론만 제시하면 시청자는 통일교의 역사와 일본 사회에서 수행한 역할을 균형 있게 이해하기 어렵다. 통일교와 국제승공연합이 일본에서 전개한 반공·승공운동은 냉전기 일본의 사상계와 정치 지형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1968년 창설된 일본 국제승공연합은 거리 강연과 전국 순회 유세, 기관지 발행, 대학가 토론 등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의 모순과 공산권의 인권 유린 문제를 알렸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국가 기밀 보호와 스파이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운동에도 참여했다. 학생운동이 과격화하고 소련·중국·북한의 위협이 커지던 상황에서 회원들은 공산주의 세력의 거센 반발과 물리적 위협을 무릅쓰고 이론과 조직으로 맞섰다.

 

이들의 정치적 주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교육과 국민운동에 힘을 쏟고, 일본 사회에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역사까지 지울 수는 없다. 하나님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에 맞서온 일본 가정연합이 범인의 개인적 원한과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의 책임까지 떠안은 채, 법인 해산이라는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역사와 처지를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편향된 시각으로 일본 가정연합을 재단하는 것은 북한 공산 체제에 맞서온 리 대표의 활동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리 대표가 통일교를 두고 “돈의 맛을 들여 폭주했다”고 표현한 것도 주관적 판단에 가깝다. 일본 가정연합 신자들 대다수는 검소한 삶을 살아왔다. 무엇보다 이들의 헌금이 세계평화운동과 개발도상국의 교육·봉사사업 등 다양한 공익 활동을 뒷받침해 온 측면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자금과 정치적 결탁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서며, 신앙공동체 전체에 부당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

 

지금 일본 가정연합 신자들은 해산명령으로 교회 출입이 막히고, 신앙공동체의 활동 기반마저 잃었다. 법인 해산이 신앙과 예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앙공동체의 존립에 중대한 타격을 준다. 그럼에도 신자들은 가정과 임시 공간 등에 모여 예배를 드리며 공동체의 재건을 소망하고 있다. 이들이 지켜온 신앙과 삶을 범인이 품은 개인적 원한이나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만든 프레임만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리 대표는 북한의 인권 실상과 공산주의 체제의 폐해를 알려왔다. 북한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한 만큼 북한의 현실을 누구보다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통일교 문제에서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편견을 사실처럼 전달하면 북한 실상에 관한 다른 증언까지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북한의 거짓을 비판하면서 또 다른 종교공동체를 충분한 근거 없이 규정한다면 주장의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리 대표가 앞으로도 통일교와 일본 가정연합을 언급하려면 근거를 분명히 밝히고, 사실과 평가가 뒤섞인 기존 발언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전하려는 북한 인권에 관한 진실까지 지키는 길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정성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