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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aT, CPTPP 가입 규범과 충돌하나… 농림축수산 76개 단체는 공동전선 구축

한국마사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농업 분야 공공기관들이 정부가 가입을 추진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국영기범’ 규범과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농업과 축산, 수산, 임업 분야의 76개 단체는 정부의 CPTPP 가입에 공동 대응을 선언하며 분야별 영향평가 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다. 

 

◆“CPTPP 가입 시 마사회·aT 규범 충돌 가능성”

 

18일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CPTPP가 규정한 ‘지정독점기업’과 ‘국영기업’의 특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경마 사업을 국내에서 독점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공공자금 지분이 100%이면서 기관장을 정부가 임명하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입법조사처는 마사회의 경마 수익금 일부를 축산발전기금으로 적립해 농가에 지원하거나 경주마·승용마 육성 사업에 쓰는 것이 비상업적 지원으로 해석될 경우 기존 회원국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T의 경우 국영무역 대행 과정에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들여온 쌀을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시장에 공급하거나,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경우 정부의 비상업적 지원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방역에 관한 CPTPP의 ‘구역화’ 개념과 ‘동등성’ 규정 등도 검역주권과 연계돼 쟁점이 될 수 있다. CPTPP는 기존 ‘지역화’ 개념을 넘어 농장 등 개별 시설 단위로 방역 수준을 인정하는 ‘구역화’ 개념을 담고 있다. 구역화가 적용되면 특정 국가에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방역 관리가 잘 이뤄진 것으로 인정된 일부 농장이나 시설 등의 축산물 수입은 허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입국의 입장에서 검역 조치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수출국의 위생·검역 조치가 수입국과 동일하지 않더라도, 같은 수준의 효과를 내는 ‘동등성’ 규정 역시 쟁점의 소지가 있다. 입법조사처는 호주나 캐나다 등의 농업 강국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동등성을 요구할 경우 기존 수입금지나 검사 조치를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 예의주시하는 것은 CPTPP 가입에 따른 농축산물 시장 개방 시 국내 생산 감소 가능성이다.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CPTPP 시장 개방으로 농축산물 생산액이 15년간 연평균 최대 4400억원 감소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품목별로 호주산 쇠고기, 멕시코산 쇠고기·돼지고기, 캐나다산 돼지고기·닭고기, 뉴질랜드산 전지분유 등의 수입 증가로 국내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호주·칠레·멕시코·페루산 오렌지와 포도 수입이 늘면서 국내 감귤·포도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산 보리 수입 증가로 국내 보리 생산액이 줄고, 생산·소비 대체 관계에 따라 쌀 생산액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 의원은 “다음 달 예정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CPTPP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수산 76개 단체, CPTPP 가입 저지 공동전선

 

농업·축산·수산·임업 분야 76개 단체는 오는 21일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공동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CPTPP 가입으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경우 국내 생산 기반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시장개방 부담을 감내해 온 업계에 또다시 희생을 요구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입 논의부터 시작한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가입 논의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분야별 예상 피해와 시장 개방의 영향을 명확히 공개하고, 이를 업계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추후 업계의 의견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