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가능성과 관련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잇달아 대북 대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북·미 간 직접 접촉 가능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제기되는 이른바 ‘한국 패싱’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원하고 있고, 저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를 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우리는 사전 조정 작업을 나름대로 계속하고 있다”며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현재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현실적인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는 것보다 훨씬 쉽고 또 그것이 남북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며 북·미 대화를 한반도 평화·안정의 “중요한 단초”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간 강조해 온 ‘페이스메이커론’의 연장선에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Peacemaker)’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자신은 북·미 대화를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겠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의 주역은 미국과 북한에 맡기되 한국은 양측의 대화를 촉진하고 협상의 속도와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도 “북미 대화 재개를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남북 간 불신이 큰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먼저 가동해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중단시키고 이를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은 이런 구상의 현실화 여부와 관련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거듭 강조하며 대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됐다. 북한은 이에 대해 미국의 추가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북·미 대화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지는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도 이런 흐름이 실제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양측의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패싱’ 우려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핵과 대북제재, 한·미 연합훈련 등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 현안이 북·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논의될 경우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대화가 진전되는 초기에는 우리가 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협력을 하기 위해서도 우리 정부의 역할이 없을 수 없다”며 “패싱이라고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협상의 전면에 한국이 보이지 않는 것 자체를 ‘패싱’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한국이 협상의 주도권이나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북·미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한반도 정세 개선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측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전체적인 장기 이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성과를 “선점 또는 독차지”하려다 더 큰 성과를 얻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실제 협상 단계로 넘어갈 경우 페이스메이커론과 ‘한국 패싱’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여전한 과제다. 북핵과 제재, 한·미 연합방위태세 등 한국의 안보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북·미 직접 대화를 촉진하면서도 주요 의제에 한국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한·미 간 사전·사후 조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