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침중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서서 취임 후 1년 3개월간 느낀 소회와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섰다. 평소보다 무거운 표정에, 짙은 남색 정장과 넥타이를 조합한 차림이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이 뒤따랐다.
회견장 연단에는 평소와 달리 이 대통령이 앉을 의자가 놓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0분 분량의 모두발언과 이후 질의응답까지 선 채로 이어갔다.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의 거리도 이전보다 2.5미터에서 1.5미터로 가까워졌다.
이 같은 구성에 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뜻을 더 겸허히 경청하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진솔하게 전달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이후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많은 시간 숙고하고 성찰한 결과는 '언제나 국민은 옳다'이고,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익숙한 길이 아니었기에 쉽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며 "더 섬기는 자세로 임했어야 마땅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회견장 배경에 적힌 표어 역시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였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대통령은 공소 취소와 호르무즈 파병, 인사 문제, 검찰 개혁과 부동산 정책 등 뜨거운 현안에 관해 비교적 차분하고 진지한 톤으로 답변했다.
평소 즐겨하던 농담도 확연히 줄었고 답변의 전반적 길이도 안팎의 조언을 수용한 듯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 대법관 재제청 논란, 미국의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압박 등 일부 주제는 1∼4문장 정도로 짧게 답하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 기자가 최근 전세난에 관해 물으며 "과거에 (전세가) 서서히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느냐"며 "그러면 질문이 의미가 없어지죠? 그것으로 대체하겠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파병 문제와 관련해선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부동산 개혁은 "다들 하려다 안 됐지만, 이 정부는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실시간 국민 의견을 소개했는데, 그중에는 "모든 걸 품으려는 이상은 버려야 한다"라거나 "말을 줄이고 귀를 키우길 권유해 드린다"는 비판적 의견도 포함했다.
이어 강 수석대변인은 댓글로 들어온 질문이라며 "전통적인 지지층, 이른바 코어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리실지 궁금하다. 선정적인 혐오의 말도 못 하게 막아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대신 묻기도 했다.
참모들도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며 발언 내용을 끊임없이 받아적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국민 여러분, 제가 부족한 게 맞다. 일과 결과에 집중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한 게 매우 큰 문제인 것을 이제 많이 아프게 깨닫게 됐다"며 "더 많이 소통하고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접견이 끝난 뒤, 밤늦게까지 계속해서 참모들과 함께 내용을 가다듬으며 준비에 열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시작도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으나 이 대통령이 끝까지 메시지를 정리하려는 의지를 보여 30분 연기됐다.
이날 이 대통령의 복장에 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며 책임감을 무겁게 갖고 흔들림 없이 민생의 길을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약 100분간 열렸으며 총 14개의 질문을 소화했다. 지난 6월 1주년 기자회견(167분·21개)이나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173분·25개)과 비교하면 확연히 짧은 시간이었고 그에 따라 질문의 개수도 줄었다.
이 대통령은 앞선 회견에서는 사회자가 회견을 끝내려 하면 통상 "질문을 더 받으시죠"라며 질의응답을 이어갔는데, 이날은 예정된 시간인 90분을 크게 넘기지 않고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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