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포기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장관 후보자 지명 후 신약 로비 의혹에 휩싸여 나라를 뒤흔드는 현안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에 실패한 것이다. 정국 분수령에서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국정 안정의 결정적 계기로 삼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묻는 말에 “나름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즉답을 피한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국민 눈높이’는 안중에 없는 민심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고, 너무 뒤늦게 ‘후퇴’가 결정되면 실기(失機)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라는 기자회견의 주제처럼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결단이 조기에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지명 철회가 답이다.
그나마 이 대통령이 정치적 의구심을 증폭해온 연임개헌과 공소취소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건 다행이다. 대통령 연임제 개헌과 관련해서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간단한 말을 하기가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나. “연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는 마치 제가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 공세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 우려 앞에서도 본인의 고집을 앞세웠다는 방증이다.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선 아집(我執)을 버리고 조기에 논란을 해소해주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또 여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진상규명은 필요하나 공소취소 조항은 삭제하도록 주문했다. “제 지휘하에 있는 수사 기관들, 수사 소추 기관들이 그 일을 하게 되면 오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을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요구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취소 조항을 삽입한 채 입법을 강행하면 반드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란전쟁에 따른 중동지역 국군 파견과 관련해선 파병이나 군 자산 파견을 통한 전쟁 개입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상선, 원유 수송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청해부대의 활동 강화를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동맹 경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한 견해차, 한국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이견 등 한·미 양국 관계가 미묘한 시점이다. 정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해 오해를 불식하고, 최근 한·미연합훈련 조기중지와 같은 불협화음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와중에 한국이 패싱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분명히 이행해 국민 불안이 커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인사·부동산·증권시장 정책 실패라는 3대 실정(失政)에 대해 시원스러운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인사시스템을 재검토한다고 했으나 인사 책임자 문책은 거론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공급 확대’라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했다. 서울 강북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이렇게 낮게 돼 있는데, 여기는 내리고 여긴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너무 안일한 인식을 보여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대해 부진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정책 결정 과정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과거와 달리 상당히 긴장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국정 지지율이 매주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집권 2년 차 정권의 엄중한 상황 탓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민심 이반에 대해 “언제나 국민이 옳다. 모두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민생, 개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픔과 갈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국민에 대한 두려움의 자세를 되살려 모든 일에 더 세심하게, 더 낮게, 더 치열하게 임하겠다는 말대로 이 대통령이 더욱 신중히 국정을 운영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