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은 앞선 주요 기자회견과 형식과 분위기부터 달랐다. 의자를 없애고 100분 내내 선 채로 진행했고, 기자들과의 거리는 2.5m에서 1.5m로 좁혔다. 농담과 즉흥적인 말은 크게 줄었고 14개 질문에서 회견을 마쳤다. 이전 회견에서 종료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질문을 더 받자”며 문답을 이어갔던 모습도 이날은 없었다. 대신 “말을 줄이고 귀를 키우라”는 비판적인 국민 의견까지 회견장에서 직접 소개했다. 길고 자유로운 문답 자체로 소통을 보여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회견 형식부터 ‘경청’을 부각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짙은 남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섰다. 당초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다듬겠다며 30분 늦췄다. 모두발언에서는 “당황했던 것도 사실”, “모두 저의 부족함”,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는 자성의 표현을 잇달아 내놨다. 회견장 뒤편 표어도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였다. 청와대는 스탠딩 회견과 기자석 거리 축소에 대해 국민의 뜻을 더 겸허히 경청하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진솔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1분→152분→173분→165분… 이번엔 100분
시간만 놓고 봐도 이전과 대비됐다. 취임 30일 기자회견은 121분간 15개 질문을 받았다. 예정 시간을 넘긴 뒤에도 이 대통령이 직접 질문 기회를 더 줬고, 질문자 추첨 과정에서는 “상금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거나 영어 질문을 듣다 웃음을 보이는 등 타운홀미팅에 가까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취임 100일 회견은 152분 동안 22개 질문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마무리에 들어가려 하자 이 대통령은 “좀 더 질문하시라”고 했고, “마무리 발언은 안 해도 되고 그 틈을 여러분에게 드리겠다”며 질문을 추가로 받았다. 자신의 답변이 길어진 데 대해서도 웃으며 양해를 구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당초 예고된 90분의 두 배에 가까운 173분 동안 25개 질문에 답했다. 예정 시간을 한참 넘긴 뒤에도 추가 질문을 받을 사람을 찾았고, 참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아내를 끌어들인 농담으로 회견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역시 약 165분 동안 21개 질문이 이어졌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시간을 알렸지만 이 대통령은 “짧게 하겠다”며 질문을 더 받았다. 지방선거를 골프에 비유하거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농담을 섞는 등 까다로운 질문에도 비교적 여유 있는 분위기를 유지했다.
반면 이날 회견은 모두발언을 포함해 약 100분 만에 끝났다. 90분 예정 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앞선 주요 회견에 비하면 확연히 짧았다. 사회자가 종료를 알릴 즈음 대통령이 추가 질문을 제안하는 장면도 없었다.
◆말은 줄이고 거리 좁히고… 비판 댓글도 소개
질의응답 방식도 달라졌다.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미국의 한국 기업 반도체공장 투자 압박 등 일부 질문에는 몇 문장으로만 답했다. 평소처럼 답변에서 다른 주제로 가지를 치거나 즉석에서 설명을 길게 이어가는 장면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민감한 현안에서 표현까지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소취소 논란에는 조작기소 특검의 기존 기소 사건 이송·처분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고, 연임 문제에는 “생각 전혀 없다”고 했다. 호르무즈 문제에서는 “전쟁 파병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고 부동산 정책에는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지만 이 정부는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제도에 대한 질문에서는 질문의 전제부터 즉시 바로잡았다. 기자가 과거 이 대통령이 전세를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묻자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러면 질문이 의미가 없어지죠. 그것으로 대체하겠다”며 더 설명하지 않았다. 이전 회견의 가벼운 농담과 달리 잘못됐다고 판단한 질문의 전제를 짧게 정정한 장면이었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국민 의견을 회견장 안으로 가져온 것도 이전과 다른 장면이었다. 강 수석대변인은 실시간 댓글 가운데 “모든 걸 품으려는 이상은 버려야 한다”, “말을 줄이고 귀를 키우길 권유드린다”는 의견을 그대로 읽었다.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것이냐’는 질문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후퇴론에 “의심을 거둬달라”고 답하면서도 범여권 내부의 멸칭과 혐오·증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일에 집중하고 결과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한 게 매우 큰 문제인 걸 이제 많이 아프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존중하고, 그러나 당초에 하고자 했던 일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힘들여서 계속 해나가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