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거센 농민 반발을 부르자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명확한 부동산 투기를 가려내고 농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밝혔다. “여기는 왜 휴경되고 있는지, 왜 임차농인지, 어떻게 하면 지원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기초조사”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농심을 달래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조사 대상의 27%인 284만 필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되고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농지 투기를 막고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농촌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탁상행정일 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은 농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위반 의심 토지와 위험군 등 603만 필지를 심층조사하고 있다. 개정농지법은 처분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감정가와 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어 농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법 개정 과정에서 기계화·위탁영농이 보편화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농촌에서는 70~80대 농민이 트랙터 등을 몰수 있는 젊은 농민에게 농지를 맡기는 위탁영농이 일반적이다. 이웃끼리 농지 경작이 구두계약으로 이뤄지는 관행도 여전하다. 그러나 농지법상 위탁경영은 질병, 징집, 공직 취임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런 불가피한 현실을 무시한 채 법 잣대만 들이대면 고령 농민이 범법자로 몰릴 수 있다. 소유자가 처분을 우려해 임대를 중단하면 기존 임차농이 생계 수단을 잃는다. 농지를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책이 실제 농사짓는 사람을 농지에서 밀어내는 건 모순이다. 국민의힘은 “농민을 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정책”이라며 “졸속 조사와 무리한 처분명령을 중단하라”고 했다.
농작업의 절반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해야 자경으로 인정하는 농지법 조항도 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농기계 작업과 위탁영농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자기 노동력 비중만 따지면 실제 농민까지 불법 임대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정부는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농민들은 처분 대상 농지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 가뜩이나 낮은 농지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전국 통계상 가격 폭락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현장의 상황을 얼마나 살폈는지 의문이다. 농지규제 강도는 아파트 정책과 비교해도 과한 측면이 있다. 주택은 직접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농지는 직접 경작 원칙을 위반하면 처분명령과 고율의 이행강제금까지 가능하다. 강력한 재산권 제한인 만큼 농촌 현실을 반영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여당은 21일 당정회의에서 경미한 위반은 계도하고 고령 농민 등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투기성 위장 경작은 엄단하되 고령·질병·상속 농지에는 합법적인 임대의 길을 넓혀야 한다. 임차농을 보호하고 농지은행의 매입 능력도 확충해야 한다. 경자유전은 투기를 막기 위한 원칙이지 평생 농사지은 농민에게 땅을 팔도록 압박하기 위한 원칙이 아니다. 투기는 잡되 농민 재산까지 처분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