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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 ‘제2의 아이돌’ 됐다…K팝 엔터사, 캐릭터 IP 키우는 이유

아이돌 멤버를 닮은 캐릭터가 무대 밖에서 또 하나의 사업이 되고 있다. 인형과 키링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며 해외 주요 도시로 활동 반경을 넓힌다.

 

IPX(구 라인프렌즈) 제공
IPX(구 라인프렌즈) 제공

앨범과 공연에 집중됐던 K팝 수익 구조를 캐릭터 지식재산권(IP)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IP 엔터테인먼트 기업 IPX는 그룹 에이티즈와 함께 만든 캐릭터 IP ‘마이티즈(MIGHTEEZ)’의 세 번째 팝업 ‘MIGHTEEZ Rock The Stage POP-UP’을 열었다.

 

이번 팝업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케이팝스퀘어 홍대를 비롯해 잠실 롯데월드몰,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등에서 진행된다. 첫날 입장을 위한 사전예약은 지난 14일 시작됐고, IPX에 따르면 약 5분 만에 마감됐다. 일본에서도 같은 기간 도쿄 시부야 LINE FRIENDS SQUARE를 중심으로 팝업과 상품 판매가 진행된다.

 

마이티즈는 에이티즈 멤버들의 개성과 분위기를 캐릭터로 재해석한 IP다. 각 멤버가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에 고유한 초능력을 부여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이번에는 ‘락스타 데뷔’를 콘셉트로 잡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기타와 키보드를 든 캐릭터를 앞세우고 에이티즈 멤버들도 별도의 화보 촬영에 참여했다. 캐릭터만 따로 떼어 파는 대신 실제 아티스트와 캐릭터가 같은 세계관 안에서 움직이는 구조다.

 

에이티즈의 최근 글로벌 성적도 캐릭터 IP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미니 14집 ‘GOLDEN HOUR : Part.5’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그룹 통산 세 번째 1위다.

 

팝업 공간도 단순 상품 판매점에서 벗어났다. 멤버별 캐비닛과 손글씨 포스터, 대형 스테이지와 음향 장비 등을 배치해 콘서트 백스테이지를 옮겨놓은 형태로 구성했다. 플러시 키링과 가방, 패션 제품에 더해 에이티즈 멤버들의 미공개 화보를 담은 포토 세트도 판매한다.

 

이 같은 전략은 IPX만의 사례가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스트레이 키즈의 공식 캐릭터 ‘SKZOO’를 별도의 글로벌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SKZOO는 스트레이 키즈 8명의 특징을 동물 캐릭터로 표현한 IP다.

 

JYP는 올해 실적 발표 자료에서 SKZOO 글로벌 팝업을 주요 도시로 확대하고 도시별 한정 상품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캐릭터 IP 라이선싱을 늘려 공연 일정에 따라 출렁이는 MD 매출의 변동성을 낮추겠다는 사업 전략까지 공개했다. 캐릭터 사업을 팬 서비스가 아닌 실적을 뒷받침할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수익도 발생하고 있다.

 

JYP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MD 매출은 4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증가했다. 스트레이 키즈와 트와이스 등의 공연·팬미팅 MD뿐 아니라 SKZOO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 협업 상품 등이 매출에 반영됐다.

 

SKZOO는 지난해 성수동에서 ‘주토피아2’와 협업 팝업까지 열었다. 캐릭터 상품을 자체 팬덤 안에서만 소비하는 대신 글로벌 콘텐츠 IP와 결합해 새로운 고객으로 접점을 넓힌 사례다.

 

SM엔터테인먼트도 NCT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NCT CCOMAZ’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NCT CCOMAZ NATION’ 팝업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었다. 멤버 캐릭터에 실제 뮤직비디오 의상을 입힌 일러스트와 무대 콘셉트 상품을 선보였고, 팝업 종료 뒤에는 일본 SMTOWN 공식 온라인스토어를 통해 포토카드 홀더와 아크릴 스탠드, 키링 등 관련 상품 판매를 이어갔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아이브도 ‘MINIVE’를 키우고 있다. 멤버들의 외형과 성격을 반영한 캐릭터로, 지난해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MINIVE SCHOOL in SEOUL’ 팝업을 열었다. 단순 MD 매장에 그치지 않고 교실을 콘셉트로 한 체험 공간과 멤버들의 손글씨를 활용한 콘텐츠를 배치했다.

 

아이돌 캐릭터 사업의 원조 격인 사례는 BTS와 IPX가 만든 ‘BT21’이다.

 

2017년 출범한 BT21은 멤버들이 캐릭터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시작됐다. 이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콘텐츠, 게임,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아티스트 기반 캐릭터 IP가 독립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방식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 멤버를 닮은 캐릭터를 만든 뒤 인형 몇 종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앨범 콘셉트와 세계관, 팝업 공간, 한정판 상품을 하나로 엮는다. 서울에서 끝내지 않고 일본과 중국, 미주 등으로 팝업과 판매망도 확장한다.

 

핵심은 아티스트가 직접 활동하지 않는 순간에도 팬덤의 소비와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연은 도시와 날짜가 정해져 있고 앨범 판매는 컴백 시기에 집중된다. 캐릭터 IP는 상대적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작다.

 

JYP가 SKZOO 라이선싱 확대를 MD 매출 변동성을 낮출 방법으로 직접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다.

 

IPX 역시 K팝 캐릭터 사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회사가 현재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K팝 계열 IP에는 BTS와 만든 BT21, 트레저의 TRUZ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들어서는 NCT WISH와 만든 ‘wishnini’, 아이들과 협업한 캐릭터 팝업 등도 잇달아 선보였다.

 

마이티즈 역시 이번이 세 번째 팝업이다. 서울과 부산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함께 전개하고, 향후 아시아와 유럽 주요 국가·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이돌의 얼굴을 그대로 활용한 포토카드와 화보가 팬덤 상품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멤버를 대신할 캐릭터 하나가 또 다른 브랜드가 되는 셈이다.

 

엔터사 입장에선 아티스트 한 팀에서 음반·공연·광고 외에 캐릭터와 라이선싱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뽑아낼 수 있다. 팬에게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이 하나 더 생긴다. K팝 캐릭터가 더 이상 ‘귀여운 굿즈’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