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해 온 전북특별자치도가 서울시와 공동개최 방안을 협의하면서 당초 전북을 중심으로 짰던 유치 구상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경기장과 숙박시설, 선수촌 등 대회 기반시설에 서울의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다. 지난해 ‘전북 중심·비수도권 연대’를 내세워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된 지 1년7개월여 만에 개최 방식 자체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당초 10월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계획 심의를 사실상 보류한 상태다. 전북이 서울과 공동개최 방안을 협의하면서 기존 제출안의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북은 지난 14일 서울시를 찾아 공동개최를 제안했다. 전북 측은 서울에 주요 경기와 개·폐회식 등 대회 핵심 기능을 맡기는 대신 ‘전북(전주)올림픽’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현재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경기장 사용 여부와 시설 개·보수비, 대회 운영비 및 적자 분담 등 세부 조건에는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전북은 지난해 2월 대한체육회가 진행한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에서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도시로 결정됐다. 당시 대한체육회 투표에서 전북은 49표를 얻어 서울(11표)을 앞섰다. 전북은 비수도권 분산 개최와 기존 시설 활용을 내세우며 서울과 차별화된 유치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유치안의 사업비와 경기장 확보 방안은 이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북이 국내 후보도시 선정 당시 제시한 총사업비는 9조1781억원이었지만 정부 심의 과정에서 제출한 수정안에서는 6조9992억원으로 줄었다. 사업비가 2조원 넘게 감소한 가운데 활용 경기장은 37개에서 51개로 늘었고, 타 지역 경기장도 6개에서 19개로 증가했다.
재원 부담의 방향도 달라졌다. 국비 지원 요청액은 3조6103억원에서 6709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지방비 부담은 6613억원에서 2조7972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수정안의 사업비와 시설 계획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와 체육계에서는 실제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적정 사업비가 10조~11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의 공동개최가 성사되더라도 재정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면 전북이 새로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시설 개·보수와 대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어느 지자체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별도로 정해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해야 하는 재정보증과 시설 투자보증 역시 공동개최안에 맞춰 다시 산정해야 한다.
국내 후보도시 선정 절차도 변수다. 공동개최가 확정돼 대회 명칭과 개최지 구성, 경기 배분 등 기존 유치안의 핵심 내용이 바뀌면 대한체육회 차원의 유치신청도시 승인 절차를 다시 밟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개최지를 둘러싼 논의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서울이나 다른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힐 여지도 있다.
IOC 일정도 촉박하다. 전북은 정부 심의를 거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유치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2027년 3월 전후 예정된 IOC 전략대화(Strategic Dialogue)에 참여하려면 정부 재정보증과 시설 투자보증 등 관련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서울과의 협의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절차와 정부 보증 준비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연욱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주올림픽 계획의 부실함을 지적했고 문체부에서도 보완을 요구했지만 결국 전북이 단독개최 계획을 접고 서울과 공동개최를 협의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전북이 추진하는 대형 국제행사를 둘러싼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공동개최 논의를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에 서울시와의 협상 경과 자료를 요구하고 국정감사에서 관련 과정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단독 개최 철회’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은 올림픽 단독 개최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와의 공동개최 논의는 대한민국의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울시와 공동개최를 논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종 개최 방식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