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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여신’ 양승혜의 나고야 드림…“중요한 순간 팀에 힘 보탤 것” [AG 인터뷰]

스무 살에 처음 단 태극마크…처음의 기쁨 넘어 국가대표 책임감 배워
TV로 보던 세계적 선배들과 대표팀서 훈련…“배울 게 정말 많은 환경”
아시아선수권 중국과 44-43 접전…“네 명 모두 끝까지 집중해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의 무기…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나고야=권준영 기자] TV 화면 너머로 동경하던 선수들이 어느 날 자신의 옆에서 칼을 맞댔다. 세계 무대에서만 보던 선배들과 같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순간,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 양승혜(20·한국체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이 선수들과 정말 경쟁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두려웠다. 하지만 함께 훈련하고 직접 부딪히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선배들에게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도 중요한 순간 팀에 힘을 보태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양승혜에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첫 번째 큰 국제종합대회다.

양승혜가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스무 살 때였다.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벅찼던 시기를 지나면서 태극마크를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졌다.

 

양승혜는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는 정말 기쁘기도 했지만 ‘내가 진짜 국가대표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며 “지금은 처음보다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대표팀에서 만난 선배들은 양승혜에게 새로운 자극이었다. 세계무대에서 보던 선수들과 직접 칼을 맞대면서 경기력뿐 아니라 대표팀 생활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양승혜는 “처음에는 같이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같이 훈련해 보니까 선배들이 부족한 부분도 알려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면서 “그래서 저한테는 배울 게 정말 많은 환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또 다른 과제였다. 양승혜는 “선배들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저만의 장점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면서 “선배들에게 배우는 건 배우는 거고,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첫 월드컵 우승은 그 마음을 더욱 구체적인 욕심으로 바꾼 계기였다. 대표팀은 정상에 올랐지만 양승혜는 결승 피스트에 직접 서지 못했다. 팀의 금메달을 기뻐하면서도 다음에는 자신의 칼로 승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양승혜는 “팀이 우승해서 정말 기뻤다”며 “그런데 결승에 제가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으니까, 다음에는 저도 중요한 순간에 피스트에 들어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팀의 일원으로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직접 들어가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나고야에서 맞붙을 상대 가운데 양승혜가 가장 신경 쓰는 팀은 중국이다. 올해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한국과 중국은 44-43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양승혜는 “중국이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인 것 같아요.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한 점 차이까지 갔던 만큼 충분히 접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전은 한 명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상대 선수의 스타일이나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네 명 모두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자신만의 무기를 묻자 특정 기술 대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을 꼽았다. 양승혜는 “제가 생각했을 때 제 장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경기가 잘 안 풀려도 점수 차가 벌어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생활의 대가도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학교생활을 하고 여행을 떠날 때 해외대회와 전지훈련을 반복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었다. 때론 선수촌에서 혼자 지내며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양승혜는 “제가 좋아하는 펜싱을 하면서 국가대표라는 목표까지 이뤘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시간이기도 하고, 제가 선택한 길인 만큼 책임지고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첫 아시안게임을 앞둔 양승혜에게 나고야는 또 다른 시작이다. “저에게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입니다. 이번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펜싱 선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