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자연스럽게 술잔부터 권하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가족과 한자리에 모이더라도 술을 마실지 여부는 각자 선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무알코올·논알코올 제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추석은 가족 식사와 함께 귀성·귀경, 성묘 등 이동 일정이 몰리는 시기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거나 다음 일정 때문에 음주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많다. 술자리 자체를 피하는 대신 함께 어울리면서 알코올이 없거나 극히 적은 맥주맛 음료를 고르는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실제 소비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2023년 9.0일에서 2025년 8.8일로 줄었다.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같은 기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주류 출고량 자체도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보다 7.2% 감소했다. 희석식 소주도 81만6000㎘에서 79만3000㎘로 줄었다. 건강 관리와 회식 문화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술을 덜 마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무알코올·논알코올 시장은 몸집을 키우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논알코올 주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했다. 전체 주류 매출에서 논알코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6%에서 올해 상반기 13%까지 높아졌다. 논알코올 와인 매출은 같은 기간 41.2% 늘었다.
술을 마시지 못할 때 임시로 찾던 대체재에서 취향에 따라 고르는 하나의 음료군으로 시장 성격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주류업체들도 제품 선택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인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카스 올제로의 판매처를 올해 3월 전국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확대했다. 기존 330㎖에 350㎖와 500㎖ 제품까지 추가했다.
카스 올제로는 알코올과 당류, 칼로리, 글루텐을 모두 뺀 이른바 4무 콘셉트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0.0과 카스 레몬 스퀴즈 0.0, 카스 올제로 등으로 관련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카스 0.0과 카스 레몬 스퀴즈 0.0은 알코올 도수 0.05% 미만의 논알코올 음료, 카스 올제로는 알코올 0.00% 무알코올 음료로 구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달 클라우드 논알콜릭 레몬 라임을 한정판으로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기존 클라우드 논알콜릭에 천연 레몬·라임향을 더한 제품으로, 젊은 소비자와 여성 고객을 겨냥해 시트러스 계열 풍미를 강화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출시 배경으로 성장하는 국내 비알코올 맥주 시장을 직접 언급했다. 기존 맥주 맛을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하느냐를 넘어 과일 향과 청량감 등 취향에 따른 선택지를 넓히는 쪽으로 경쟁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아예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를 마시는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허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3월 선보인 테라 제로는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한 알코올 0.00% 제품이다. 호주산 맥아 농축액을 사용하고 탄산감을 강화했으며 당류와 칼로리, 감미료도 넣지 않았다. 출시 100일 만에 캔 제품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기록한 데 이어 병 제품까지 추가하면서 지난 1일 기준 전체 누적 판매량은 1200만개를 넘어섰다.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개그맨 김원훈을 모델로 내세운 최근 광고에서는 운동 직후뿐 아니라 월요일 아침과 템플스테이 등 일반 맥주라면 어색할 수 있는 상황에 제품을 등장시켰다. 왜, 안 돼?라는 문구를 통해 운전이나 건강 관리 등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찾는 대체재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광고 공개 약 한 달 만에 온라인 누적 조회수는 2000만회를 넘어섰다. 회사는 개강과 추석 등 계절별 이슈와 연계한 마케팅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술을 끊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데 있지 않다. 술자리에는 참석하면서도 그날의 일정과 건강 상태, 취향에 따라 음주 여부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무알코올 제품의 주요 소비 상황이 운전이나 임신, 건강 관리 등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평일 저녁 식사나 스포츠 관람, 운동 뒤 휴식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오비맥주가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스포츠펍에서 논알코올 제품을 함께 제공하고, 하이트진로음료가 월요일 아침까지 광고 속 음용 장면을 확대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추석도 무알코올·논알코올 제품 업체에는 새로운 소비 접점이다. 가족과 식사는 함께하지만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거나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별도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에 함께 술을 마셔야 한다는 관습이 옅어지면서 주류업계의 경쟁도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게 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마실지 선택지를 얼마나 넓혀줄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가 명절 식탁까지 파고드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