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주택 공급 후보지를 직접 챙기며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협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공원의 핵심 공간을 보존하면서 외곽 등 일부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서울시는 수색·신내차량기지 등 대체 부지를 제안하고 있다. 새 국토부 장관 취임을 앞두고 양측이 공급 부지를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과 관련해 “건축 허가를 포함한 택지 개발 또는 재건축·재개발, 도시 정비 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리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있고, 내가 일주일마다 보고받으면서 구체적인 장소를 다 특정해서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용산공원 활용 놓고 정부·서울시 평행선
이 대통령이 공급 후보지별 진척 상황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접점을 찾지 못한 용산공원 활용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두 차례 만나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국토부는 공원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부지를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서울시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에 반대하며 탄천 물재생센터를 대체 부지로 제안했다.
결론을 내지 못한 양측은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용산공원의 핵심 공간은 보존하되 외곽 등 부수 공간의 주택 공급 가능성은 열어뒀다.
홍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는 공원화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부수적으로 외곽지역에 미래 세대, 청년들에게 주택을 공급할 여지가 있는지는 국민들과 현실을 파악해서 공감대가 있으면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용산어린이정원에 대해서는 “이미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공급 대상에서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도 용산공원 외곽 등을 활용한 청년주택 공급 방안이 거론돼 왔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공급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 언급된 ‘1만3000호’ 역시 정부 기관이 검토한 물량이 아니라 부지 면적과 용적률 등을 토대로 한 개략적인 추산이라는 설명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1만3000호가량의 공급 물량도 정부 기관이 검토한 것이 아니라 면적과 용적률을 토대로 한 대략적인 추산”이라며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놓고 논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은 옛 방위사업청 부지와 캠프 코이너 등 미군 반환부지·군 시설을 활용할 경우 1만2453호, 추가 후보지까지 포함하면 최대 2만8426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자체 추산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부지 면적과 용적률 등을 토대로 한 단순 추계다.
◆대체부지도 절차 산적…도심 공급 난항
이처럼 용산 일대의 공급 가능성을 둘러싼 여러 구상이 나오고 있지만 서울시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발표한 ‘G3 서울플랜’을 통해 기존 탄천 물재생센터에 더해 은평구 국립보건원 부지, 마포구 상암동 수색차량기지, 중랑구 신내차량기지 등을 대체 공급지로 내놨다. 이들 부지에 주거와 일자리·산업 기능을 결합한 ‘청년미래타운’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서울시도 당장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 부지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수색차량기지는 고양시·코레일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신내차량기지 일대는 개발전략 수립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이 진행 중이다.
서울 도심에서 새로운 공급 부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서울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내놓은 강서구 염창근린공원 훼손지도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는 장기간 방치된 훼손지를 활용해 1000호를 공급하고 2029년 착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난 11일 예정됐던 주민설명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려면 신규 부지 확보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와 주민 설득까지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공급 후보지별 진척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한 가운데, 새 국토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용산공원 활용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