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을 고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우나 굴비를 직접 검색해 상품 수십개를 비교하는 대신 누구에게 줄지, 예산은 얼마인지 인공지능(AI)에 말하면 후보를 추려주는 서비스가 유통·플랫폼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20일 정보기술(IT)·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추석을 맞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의 ‘AI 쇼핑 에이전트’에 선물 특화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처음 선보인 ‘선물 에이전트’는 선물을 받을 사람과 취향, 예산, 상황 등을 대화로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아주는 기능이다. 이번에는 상품 추천 범위를 넓히고 실제 구매 데이터와 후기, 배송 정보까지 추천에 반영하도록 기능을 확대했다.
가령 “팀원들에게 돌릴 명절 선물을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면 건강기능식품이나 디저트·간식, 퍼스널케어 등 후보군을 먼저 제시한다. “10만원대 부모님께 드릴 굴비·조기 명절 선물 세트”처럼 가격과 대상, 품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포장이나 인기 상품 여부 등을 따져 후보를 다시 좁혀준다.
실제 선물 구매 데이터와 후기도 활용한다. 미식가인 할머니에게 줄 전통 디저트를 찾는다면 선물용으로 많이 거래된 상품 중 어른들이 먹기 좋다거나 차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배송까지 AI가 챙긴다. 이용자의 배송지를 기준으로 추석 전에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주문 마감 시점도 알려준다. 상품 검색부터 후기 확인, 배송 가능 여부 확인까지 여러 화면을 옮겨 다니던 과정을 하나의 대화창 안으로 끌어온 셈이다.
백화점에서도 비슷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heydi)’를 투입했다. 선물을 준비하는 상황과 예산, 받는 사람의 나이 등을 채팅창에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추천 대상도 적지 않다. 더현대 하이에 등록된 약 50만개 상품을 기반으로 선물을 찾으며,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 기간에는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고른 한우·청과·굴비 등 ‘인기 명절 선물 700선’ 안에서 추천받을 수도 있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린 ‘베스트셀러 30’도 제공한다.
카카오도 선물하기 서비스에 AI를 붙이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1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개편하면서 상품 상세 화면에 AI 기반 상품 요약과 추천 기능을 적용했다. 이용자가 여러 상품의 후기와 정보를 일일이 읽지 않아도 구매 판단에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물 목적과 예산, 취향에 따라 상품을 찾을 수 있는 ‘급상승·카테고리·선물테마’ 등 탐색 기능도 강화했다.
추석을 앞두고는 오는 27일까지 선물하기 기획전을 열어 인기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 실시간 랭킹, 카테고리별 추천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가 공개한 AI 서비스에는 기존 선물하기 이력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골라주는 선물 추천 기능도 포함돼 있다.
업계가 AI 선물 추천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명절 쇼핑의 특성이 있다. 선물할 사람이 여러 명이고 사람마다 나이와 취향, 예산이 달라 상품 하나를 고르는 데도 검색과 비교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상품 수가 많을수록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동시에 무엇을 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커진다.
AI가 상품을 직접 골라주는 환경이 확산하면서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검색 결과 상단’뿐 아니라 ‘AI 추천 후보’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함샤우트 글로벌 AI 연구소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추석 선물 관련 질문 114개를 챗GPT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에 각각 입력해 1026개 답변을 분석한 결과 구매처로 SSG닷컴이 32.1%, 쿠팡이 31.3%, 카카오 선물하기가 20.8%에서 언급됐다. 받는 사람과 예산, 품목에 따라 AI가 제시하는 구매처도 달라졌다.
쇼핑의 출발점이 ‘검색어’에서 ‘대화’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소비자가 ‘추석 한우 선물세트 10만원’처럼 상품명을 조합해 직접 검색했다면, 이제는 “60대 부모님에게 드릴 10만원 안팎 선물 중 배송이 빠르고 후기가 좋은 상품을 골라줘”라고 묻고 AI가 후보를 좁히는 방식이다.
유통·플랫폼 업체들의 경쟁도 상품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를 넘어, 쌓아둔 구매·후기·배송 데이터를 AI가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구매 결정까지 연결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