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의 하방을 지지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 종료될 전망이다. 두 대형 반도체주가 제공하던 수급 ‘방어막’이 걷히면 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최근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 자금이 예고된 수급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20거래일 동안 자사주 3980만주를 매입했다. 이는 전체 매입 예정 물량인 5328만5968주의 약 75%에 해당하는 수치로 누적 매입 금액은 10조3078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0일부터 22거래일 동안 전체 물량의 약 59%인 1415만주를 사들였고 누적 매입액은 24조3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누적 매입액을 합산하면 34조6978억원 규모다.
◆방어막 사라지는 코스피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당초 11월까지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매입 속도를 유지한다면 다음달 중순쯤에는 대부분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남은 물량이 1348만5968주인 점을 고려하면 약 6∼7거래일 내, 992만주가 남은 SK하이닉스는 약 15∼16거래일 내 매입을 완료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고금리와 중동 전쟁 등 악재 속에서 국내 증시를 방어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두 종목의 비중이 막대한 만큼 매수세가 지수의 급하락을 막아준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강화와 더불어 양사의 매수세가 하방을 지지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난달 21일을 마지막으로 사이드카가 발동하지 않았다.
두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된 이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거래대금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타법인 외에는 시장을 떠받칠 마땅한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수급 공백이 발생해 지수가 하방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9월 계절적 약세와 매크로 변동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하방 지지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시장 반등의 지속을 위해서는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개인의 복귀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돌아온 외국인 구원투수 될까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3440억원을 순매수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1조5240억원) 이후 8개월 만이다.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수급이 돌아서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388억원을 순매수하며 8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전환했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5942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장보다 178.82포인트(2.66%) 급등한 6894.23에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유가 상승세가 꺾인 데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다가오는 3분기 실적 시즌과 맞물려 두 대형 반도체주의 추가 주주 환원책이 외국인 수급을 끌어들일 동력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약 30조원의 현금 배당이 예정돼 있고 SK하이닉스도 주주 환원 정책을 예고했다”며 “10월 초 삼성전자 잠정 실적을 대비할 때”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