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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는 미룰 수밖에”…아이 학원비·부모 생활비 떠안은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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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10명 중 9명 부모·자녀 돌봄
50~54세 62.1%는 부모·자녀 ‘동시 돌봄’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51)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딸의 교육비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자녀 교육비와 학원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양가 부모에게도 매달 4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당장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느라 노후 준비는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김씨처럼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지는 서울 중장년층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54세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모두 돌보는 ‘끼인세대’가 10명 중 6명을 넘어섰다.

 

서울시 지표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지표는 계봉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공동 개발했다. 지난 6월 서울에 거주하는 40~64세 중장년 20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해 집계했다.

 

조사 결과 서울 중장년의 88.1%는 부모나 자녀 가운데 한쪽 이상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끼인세대’는 48.4%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50~54세에서 끼인세대 비중이 62.1%로 가장 높았다.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이 겹치는 시기에 돌봄 부담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삶의 만족도는 취업 여부보다 혼인 상태와 소득 수준, 주거 여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취업자와 미취업자의 만족도 격차는 0.06점에 그쳤지만 혼인 상태에 따른 격차는 0.57점이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는 0.65점, 주거 점유 형태에 따른 격차는 0.69점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득이 높다고 삶의 만족도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소득에 만족한다고 답한 서울 중장년 가구는 20.9%에 불과했다. 소득 상위 4분위에서도 만족한다는 응답은 21% 수준에 그쳤다.

 

중장년 정책에 대한 필요성과 실제 체감 사이의 간극도 확인됐다. 중장년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63.9%였지만 실제로 정책의 도움을 받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22.6%에 그쳤다. 시간과 접근성, 정보 부족 등이 정책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구체적인 정책 수요에서는 사회공헌 일자리 연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7.7%로 가장 높았다. 운동·신체활동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5.7%, 취업훈련·재취업 지원 및 상담은 75.6%, AI·디지털 역량교육은 73.3%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돌봄 문제를 다른 삶의 질 영역과 별도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경력과 시장 수요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계 교수는 “같은 중장년이라도 누구와 어디에서 살고, 누구를 돌보는지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진다”며 이번 지표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책을 연결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표의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비교해 중장년층의 취약 지점과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