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최근 서울 강남권 집값 하락과 외곽 지역 상승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평탄화 과정’으로 진단하고, 집값 상승의 책임을 이전 정부에 돌린 것에 대해 시장에선 “안일한 인식과 진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외곽 지역의 상승은 가격 평탄화라기보다 규제에 따라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성격이 강하고, 현재의 정책 기조로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강남을 포함한 지역에 (집값) 하락이 시작돼 확산되고 있고 외곽은 오르고 있다”며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꼽으면서 단기 원인으론 2022년 이후 인허가·착공 감소와 대출 확대, 시중 유동성 증가 등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진단”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0일 “평탄화라면 높은 가격이 평균에 수렴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낮은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는데, 올해는 중저가 지역의 상승률이 훨씬 컸다”며 “규제가 끝났을 때 (서울 주요 지역의)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외곽 상승은 서민들의 수요가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 평탄화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요 이동의 원인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서울 전역 확대와 고강도 대출 규제 등 정부의 잇단 수요 억제책이 꼽힌다. 서울 핵심 지역의 경우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 데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월세 매물의 ‘씨’가 마르면서 주거 불안이 커진 실수요자들의 외곽 매수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과거 인허가·착공 감소로 2029년까지 ‘신축’ 공급 절벽이 예고된 가운데 ‘구축’ 임대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의 전월세 매물까지 규제 여파로 줄면서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가 지속돼 청년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난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값은 지난 14일까지 7.94% 올랐고, 전세 가격은 7.79% 상승했다. 매매 수요가 강해진 성북구의 올해 누적 매매가 상승률은 14.01%, 서대문 11.45%, 강서구 11.35%, 구로구 11.32%에 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을 향해 “제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만이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며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 등 가격이 폭등한 것은 서민에게 ‘죽어나라’는 메시지다. 이를 평탄화라는 단어로 퉁치고 넘어가듯 말씀하시는 건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삶이 더 무너지기 전에 대통령의 머릿속부터 완전히 리셋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