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윤(30)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주무관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저희가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자신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이 많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한 주무관은 2024년부터 금융위 가상자산과에서 근무 중인 5년 차 공직자다.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고 조사하는 게 그의 임무다. 한 주무관은 지난해 직접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매매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금융위가 2024년 이 같은 목적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다 예산 확보에 실패하자 본인이 직접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 주무관은 “처음 현업에 배치돼 들여다본 가상자산시장은 무법지대에 가까웠다”면서 “혐의자들이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불공정거래 양태가 만연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불공정거래를 적시에 적발해야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인력이나 기술 등 저희의 조사역량은 매우 부족했다”면서 “사실상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 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중 시세조종 관련 조사는 불가능한 실정이었다”고 시스템 개발 계기를 설명했다.
대학에서 인도어를 전공한 문과 출신의 한 주무관이 당장 고도의 시스템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퇴근 후 코딩 공부에 매진했다. 파이선과 바이브코딩을 독학으로 익혀 약 4개월 만에 시스템을 개발해 실전에 도입했다.
한 주무관은 “이 시스템은 5대 가장자산 거래소로부터 받은 방대한 양의 매매데이터에서 원하는 계정의 주문을 추출해 이상 거래 여부를 판단해준다”며 “혐의자가 주문을 넣을 당시 호가창 재현, 관여율 자동 계산, 혐의거래일람표 자동 생성, 데이터 시각화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잡아내야 했던 불공정거래 증거를 클릭 몇 번으로 한 번에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은 지속적인 보완을 거쳐 시세조종 사건 조사에 활용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약 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를 고발 조치한 사건에도 이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개인 전업투자자가 사전에 설정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주문·매매할 수 있는 API 거래로 고가매수·저가매도를 반복하며 거래가 성황인 듯한 외관을 형성해 일반투자자들을 유인하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그가 직접 현업에서 활용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금융위도 약 9억3200만원의 개발 예산과 연간 1억∼2억원 수준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지난 6월 금융위 제2회 금융위인(人)상 시상식에서 동뮹이상(동상)을 수상해 300만원 상당의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한 주무관은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해지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국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불공정거래를 적시에 적발해 일벌백계하며 시장에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거래 문화를 조금씩 개선하고 선량한 투자자를 지켜낸다는 책임감을 갖고 항상 맡은 바 임무를 다해내는 공직자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