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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협상 합의 강조한 韓… 반도체 거론 속도전 요구한 美

양국 외교장관회담 미묘한 온도차

2000억弗 투자처·수익배분 두고
양측 막판까지 치열한 샅바 싸움
루비오, 쿠팡 사태 등 정통법 거론

정부, 22일 대미투자 관련 국회 보고
산자위 “보고 듣고 동의 여부 판단”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18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대미투자에 대해 양국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한국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비친 데 반해 미국은 ‘반도체’를 직접 거론하며 빠른 투자를 공개 압박한 것이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장관(왼쪽)이 1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장관(왼쪽)이 1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 후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현재 양국의 대미전략투자사업과 관련해 협의가 좋은 결실 맺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이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도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은 협의가 잘 마무리되게 국무부 차원에서도 노력한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회담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전략 분야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며 반도체부터 거론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에서 반도체 사업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먼저 이를 언급한 것이다. 회담에서 반도체 투자 관련 압박이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회담 결과 설명에서도 조 장관은 대미투자 협의의 원만한 마무리에 방점을 둔 데 비해 국무부는 대미투자의 신속한 이행을 강조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 중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의 투자 분야와 수익 배분 등을 놓고도 양국의 막판 샅바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및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투자를 놓고 지분 및 수익 회수 방식 등을 놓고 협상 중이나 미국 측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며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다. 다시 얘기를 또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대미투자특별법 3조는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미투자를 추진할 경우 정부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22일 정부로부터 대미투자 관련 보고를 받기로 했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도 비슷한 시점에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보고를 듣고 난 뒤에 (동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루비오 장관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며 평등한 사업 환경의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팡 사태’와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 장관이)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 차원에서 모든 일이 이뤄졌고 앞으로도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 보도자료에 ‘한반도 비핵화’,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양국 모두 ‘비핵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이뤄진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통화 후 나온 외교부와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비핵화’가 빠져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지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