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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쟁파병 없다” 못박아… 청해부대 강화·비전투 지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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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논의 숨고르기

조현 외교 “통항자유 회복 위해
국제사회 기여 美와 긴밀 협의”
靑 입장 美에 사전 전달 가능성

중동 해역 내 상선·에너지선 보호
군사적기여 결정은 시간문제 관측
인접지역 파견·외교 기여 등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해협 군사적 기여에 대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파병 압박이 거셌던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전쟁 불개입’ 원칙을 밝힘에 따라 호르무즈 파병 관련 한·미 논의와 파병 규모·방식·시기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고르기 들어간 파병 논의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놓고 정치권과 시만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증폭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지속되는 이란 전쟁의 여파로 중동 지역 곳곳이 군사적 공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공세로 사우디아라비아 본토와 걸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란 미사일과 자폭드론 위협이 높은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파병을 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같은 국면에서 공개된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파병 관련 논의와 검토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전쟁 불관여·불개입’을 언급하며 이 같은 목적의 군 자산 파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명확한 기준선을 제시한 것으로서, 정부의 대미 협상에도 영향을 끼치는 원칙이 된다.

 

실제로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조현 외교부장관은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해 우리 정부도 미국 및 국제사회와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입장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긴밀히 협의해나가자는 반응을 보였으며, 구체적 기여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한·미 국방당국 고위급회의체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보도자료에도 호르무즈 파병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기여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 불만을 표시했고 미국 정부가 물밑에서 파병 압박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로서는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군사적 기여에 대한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고, 미국 측으로서는 한국과의 회담에서 파병을 압박해도 별다른 성과 없이 갈등만 키울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17일 청와대를 비공개 방문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한·미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통을 통해 이 대통령이 밝힌 원칙이 미국 측에 사전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파병 논의가 일단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대목이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 선박들을 해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 전함이 선박을 호위하며 항해하고 있다. 해군 제공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 선박들을 해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 전함이 선박을 호위하며 항해하고 있다. 해군 제공

◆청해부대 활용 확대 등 거론

 

이 대통령이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원칙을 밝힌 것과는 별개로 군사적 기여 결정 자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중동 해역에 있는 상선 보호 및 에너지 수급선 확보, 미국의 의중 등을 감안하면 군사적 기여의 필요성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엔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 미군의 대표적인 중동 기지인 알다프라 공군기지 등을 둘러보고 지난 10일 귀국했다. 정부는 현지조사단의 보고 등을 토대로 군사적 기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대해적 작전을 수행하며 선박 안전호송과 항해를 지원하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 확대나 전력 강화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청해부대가 파견돼 해적 등의 국민 안전 위협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검토하고 고심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청해부대를 비중 있게 거론했다. 실제로 청해부대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홍해를 통과한 한국 유조선에 대해 원거리에서 여러 차례 호송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해상 교통로 보호에는 기여하는 방식은 이 대통령이 밝힌 ‘전쟁 불개입·불관여’ 원칙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교전행위에 참가하지 않는 소규모 비전투 병력을 중동 지역과 인접한 곳에 배치하거나 외교·경제적 기여를 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기대하는 한국의 군사적 기여와 한국 정부가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빚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이 원하는 군사적 기여와 한국이 처한 여건은 서로 다르다”며 “논의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