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경찰 안팎에서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개혁을 책임지고 실행할 경찰 수장이 1년9개월째 공석인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혁안만 넘쳐나고 정작 현장에 그 대안을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최근에는 장윤기 사건 계기로 경찰 내에 설치한 수사개혁위원회 권한을 둘러싼 이견도 나오는 형국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수사개혁위 운영규칙 제정예규안을 재상정하기로 의결했다. 운영규칙안은 수사개혁위를 경찰청장 소속 자문기구로 규정하면서도 경찰청에 자료 제출과 관계 공무원의 보고를 요구하고, 권고 이행 여부까지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국경위는 이에 대해 “사실상 의결기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해 자문기구라는 법적 지위와 맞지 않다”며 운영규칙안을 사실상 반려했다. 수사개혁위 자료 요청에 경찰청장이 적극 협조해야 하고, 수사·재판·감찰 관련 자료를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 제출하도록 한 조항도 요구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국경위 지적을 반영해 조항을 손질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수사개혁위는 지난 7월27일 공식 출범해 지난달 31일 피해자 보호 전담조직 구축·국선변호사 확대 등을 담은 첫 권고안 발표까지 한 상황이다. 출범 두 달이 다 돼가도록 그 활동 근거가 되는 규정이 완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이라는 조직이 기본이 없는 조직이 돼가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수사개혁위 권고가 힘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수사개혁위 외에도 9일에는 경찰청이 ‘국민참여·현장동행 경찰개혁단’이란 이름의 기구를 출범시켰다. 경찰 밖에서도 여당이 경찰개혁추진단을 가동 중이고 국무총리실 차원의 개혁 기구 설치도 거론되는 중이다.
‘개혁’을 내건 기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탓에 결국 대책만 쏟아내고 실행은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찰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청장 공석 문제가 이른 시일 내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개혁기구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차원에서 복수로 운영되는 게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여러 기구에서 나온 안을 실행할 수 있는 절차적 타당성과 추진력이 담보돼야 한다”며 “정확하게 책임을 지고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수사에 대한 외부 간섭 등에 강력하게 대처하려면 경찰청장 임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찰청장 공석과 관련해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적합한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며 “인사가 조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달 1일 정부가 경찰청장 후보인 치안정감 전보 인사를 단행한 만큼 청장 인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