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계획한다면 안동 월영교를 걸으며 400여 년 전 한 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곁들일 수 있다. 다리에 얽힌 편지와 미투리 실물까지 보려면 박물관의 관람 요일과 시간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낙동강 위로 곧게 뻗은 나무다리 한가운데에는 팔각 정자가 서 있어 걷다가 앉을 수 있다. 경북 안동시 상아동, 안동댐 아래 월영교다.
21일 안동시에 따르면 이 다리의 생김새는 건축가의 도안이 아니라 신발 한 켤레에서 왔다. 400여 년 전 한 여인이 병든 남편을 위해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삼은 미투리다.
다리는 언제나 열려 있고 건너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다만 미투리 실물이 놓인 박물관은 하루 여섯 시간만 열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 무덤에서 나온 편지 한 장, 그리고 신발 한 켤레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에서 택지를 닦다 오래된 무덤이 나왔다. 묻힌 이는 고성 이씨 이응태(1556∼1586). 서른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
관 속에는 순한글로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가 쓴 글이었다. 편지에서 남편을 ‘원이 아버님’이라 부른 까닭에, 이 글을 쓴 사람은 뒷날 ‘원이엄마’로 불리게 됐다.
편지 곁에는 미투리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이 신은 삼에 머리카락을 섞어 삼은 것이다.
신을 감싼 한지에는 “이 신 신어 보지도 못하고”라는 글귀가 남아 있다. 병든 남편이 낫기를 빌며 삼았으나 끝내 신겨 보지 못한 채 관에 넣은 것으로 본다.
같은 무덤에서는 형이 아우에게 쓴 만시와 부채에 적은 한시, 옷가지도 함께 나왔다. 이 유물들은 지금 국립경국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안동시는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의 모양을 이 다리에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 그 신발을 본떠 387m 다리를 놓았다
월영교라는 이름은 다리가 아니라 바위에서 왔다. 안동댐이 들어서면서 물에 잠긴 월영대(月映臺)가 이곳으로 옮겨 온 인연에, 월곡면과 음달골이라는 옛 지명이 함께 참고돼 ‘월영교’로 정해졌다.
다리 한가운데에는 팔각 정자 월영정이 있다. 한쪽 끝은 안동물문화관이 있는 상아동, 건너편은 안동민속촌이 들어선 성곡동이다. 한 번 건너면 387m, 왕복하면 774m다.
월영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미투리를 본뜬 다리다. 미투리 실물은 경북 안동시 경동로 1375에 있는 국립경국대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있다.
박물관 상설전시 안내는 원이엄마 편지와 미투리를 전시품 맨 앞에 올려 두고 있다. 박물관은 이 두 점을 두고 “본 대학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자랑거리”라고 적었다.
이 신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영국 고고학 저널 앤티쿼티, 미국 고고학 저널 아키알러지, 중국 CCTV-4 등에도 소개되는 등 애틋한 사연에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 해가 지면 다리에 등이 켜진다
해가 지면 다리 양쪽으로 둥근 등이 줄지어 켜지고 월영정에도 불이 들어온다. 물에 비친 불빛이 다리 길이만큼 늘어선다. 안동시는 “낙동강을 감싸는 산세와 댐이 이룬 지형이 밤하늘의 달을 마음에 파고들게 한다”고 설명한다.
다리 곁에 함께 돌 만한 곳도 가깝다. 다리를 기준으로 안동공예문화전시관이 400여m, 안동시립박물관이 500여m, 안동민속촌이 600여m 거리에 있다. 안동댐은 800여m 떨어져 있다.
◆ 실물은 주말엔 볼 수 없다
한편 편지와 미투리까지 보려면 요일과 시간을 맞춰야 한다. 주말에 안동을 찾았다면 다리만 보고 돌아오게 된다.
편지와 미투리가 놓인 안동시립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과 4층 특별전시실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연다. 추석 당일은 문을 닫는다.
다리는 상시 개방이고 연중무휴이며 이용료가 없다. 주차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