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의 묵직한 명절 인사는 이제 옛말이 됐다. 권위적인 형식에서 탈피해 단 ‘7초’짜리 짧은 영상이 누리꾼들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은 충북 괴산군이다.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게시 사흘 만인 21일 오전 조회 수 89만5000회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화제의 영상은 시선을 강탈한다. 송인헌 괴산 군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인사를 시작하려 한다. 그때 카메라 뒤에 서 있던 젊은 홍보 담당 직원이 스케치북을 불쑥 들어 올린다. 스케치북에는 ‘길어요’라는 네 글자가 적혔다. 괄호 속에는 ‘(빠퇴 기원)’이라는 솔직한 소망이 담겼다.
당황할 법도 한순간이다. 그러나 송 군수는 “어? 길어?”라며 상황을 곧바로 파악했다. 이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원고를 대폭 압축했다. 군수는 “즐겁고 행복한…” 세 단어만 던지고 인사를 마쳤다. 직원의 활기찬 “오케이(좋아요)!” 외침과 함께 영상은 단 7초 만에 끝났다.
이 기발한 생각은 괴산군청 소속 서른 살 김승수 주무관의 머리에서 나왔다. 김 주무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획 배경을 털어놓았다. “팀장님이 명절 인사를 색다르게 해보자고 제안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기관장 인사가 너무 길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스케치북은 과거 방송 시상식의 한 장면에서 착안했다. 연예인 유민상씨가 수상 소감이 길어지자 스케치북을 들고 목을 긋던 모습에서 본떴다.
공직사회는 아무리 참신한 생각도 ‘윗선’이라는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지자체장의 권위를 스스로 낮추는 시도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송 군수의 반응은 시원시원했다. 김 주무관은 “군수님이 평소에도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자유롭게 풀어주신다”며 “눈치 볼 것 없이 해보라고 격려해 주셔서 일사천리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촬영은 실수 없이 단 한 번에 끝났다.
내부 공직자들과 군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속이 다 시원하다”며 통쾌해 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누리꾼들 역시 “전국 지자체장 인사 중 파급력 역대급” “젊은 층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참된 어른”이라는 반응이다.
충주시의 성공 이후 공공 홍보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괴산군의 사례는 소통의 본질을 잘 짚었다는 평을 받는다. 군수가 자신을 풍자하는 대상이 되어 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공공기관 콘텐츠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상황과 주제에 맞춰 틀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