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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最古 화약무기 600년 만에 베일 벗다

3년 전 금성산 출토… 실물 첫 공개
초기 화기 발달사 공백 메울 자료

문헌으로만 짐작해 온 고려 말~조선 초 화약무기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물이 600년 안팎의 시간을 건너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왜구 등 외적의 침입을 막던 군사적 요충지 전남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황자화통(黃字火筒·사진)’이다.

1377년(고려 우왕) 또는 1437년(조선 세종)에 제작된 국내 현존 최고(最古)의 화약무기로, 한국 초기 화기 발달사의 공백을 메울 실물자료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황자화통을 공개하고 3년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황자화통은 2023년 11월 금성산 등산로 개설을 앞두고 군이 지뢰를 탐지하던 중 발견됐다. 금성산 9부 능선 바위 아래 땅속 약 10㎝ 지점에 묻혀 있었다. 전체 길이는 23.75㎝로 젓가락 한 개 정도이고, 총부리 바깥지름은 2.95㎝로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크다. 구경은 1.66㎝, 무게는 1032g이다. 화약으로 화살이나 탄알을 쏘는 개인용 소형 화기다.

유물의 정체를 밝힌 열쇠는 몸체에 새겨진 28자의 명문이었다. 표면의 오염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글자가 드러났고, 정밀 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판독했다. 명문에는 “정사년 12월 황자화통을 만들었다. 무게는 1근14량이며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 장인은 석”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황자화통은 구조에서도 초기 화기의 특징을 보인다. 화약을 넣는 약통 안쪽이 둥글고, 세종대 이후 본격적으로 쓰인 나무 마개 ‘격목’이 없다. 그동안 문헌으로만 짐작했던 세종대 화기 개량 이전의 모습을 실물로 확인한 것이다.

이번 발견은 출토지가 불분명했던 경희대학교박물관 소장 고총통 2점의 성격을 밝히는 단서도 됐다. 세 유물은 크기와 구조, 명문에서 공통점이 확인돼 서로의 진위와 제작 시기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됐다. 연구소는 제작 시기를 좁히기 위한 추가 연구와 발사체 재현 실험을 진행하고 국가지정유산 보물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