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옛 동독 지역 주의회 선거에서 잇달아 제1당에 오르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2021년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와 기존 중도 정당 지지층까지 대거 흡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은 창당 이후 처음으로 주의회 진출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개표 결과 AfD가 38.2%를 얻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35.5%)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 2021년 선거 때 16.7%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득표율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좌파당은 6.5%, 녹색당은 5.7%를 득표했다.
AfD는 제1당을 기록했지만 주정부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71석 중 32석으로 과반 의석에는 미치지 못했고, 다른 정당들이 AfD와의 연정 구성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석을 확보한 SPD가 좌파당(5석), 녹색당(5석)과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CDU다. CDU의 득표율은 직전 선거인 2021년 당시 13.3%에서 8.4%포인트 떨어진 4.9%로, 주의회 진출 기준인 5%에 미달했다. CDU가 독일 16개 주의회 가운데 한 곳에서도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1945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AfD로 표가 몰린 배경에는 CDU 주도의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이 자리했다. 선거 직후 인프라테스트 디맵 조사에서 현지 유권자의 89%는 CDU가 앞선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감세·노동시장 개혁 등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행한 것은 적다고 답했다. 경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정당으로는 SPD가 30%로 가장 높았고 AfD 25%, CDU 13% 순이었다.
그 결과 다른 정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무투표층까지 AfD에 표를 줬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의뢰로 선거·여론조사 분석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이 분석한 유권자 이동 자료에 따르면 AfD는 2021년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로부터 약 6만6000표를 흡수한 것으로 추산됐다. SPD에서는 약 4만8000표, CDU에서는 약 3만2000표가 AfD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좌파당에서는 9000표, 자유민주당(FDP)에서는 1만6000표가 각각 AfD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날 치러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도 AfD의 약진 속에 CDU는 시장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개표 결과 좌파당이 25.3%를 얻어 제1당에 올랐고 CDU는 19%, AfD는 16.3%, SPD는 12.1%를 각각 얻었다.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의 딸인 좌파당 엘리프 에랄프 후보는 민간 주택회사의 국유화를 공약하는 등 주택난을 핵심 의제로 내세워 표심을 잡았다. 베를린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지만 SPD보다 훨씬 ‘왼쪽’인 좌파당이 제1당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랄프 후보는 21일 “맘다니의 성공은 커다란 본보기”라며 “이번 선거로 감당 가능한 삶과 사회적 정의, 통합의 정치가 승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뉴욕뿐 아니라 전세계에 보냈다”고 말했다.
좌파당 주도로 새 정부가 꾸려질 경우 CDU는 지난 선거에서 22년 만에 되찾은 수도 베를린 시장 자리를 다시 빼앗기게 된다.
메르츠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CDU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선거 결과를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총리와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세제와 의료, 연금 등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작센안할트주 선거에 이어 이날 참패까지 더해지면서 메르츠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