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채희창칼럼] 중수청·공소청 ‘개문발차’, 위험하다

여권 내홍 탓에 수장도 없이 출범
직제안·정원 미정, 중립성도 침해
“그간 뭘 했나” 무능·무책임 비판
국민 피해 못 막으면 역풍 맞을 것

다음 달 2일, 검찰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 대신, 기소와 재판만 담당하는 공소청과 7대 중대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초대 수장도 없고, 직제안도 확정하지 못한 채 ‘개문발차(開門發車)’하는 상황이라서다. 수사 실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상당 기간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준비 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진 탓이다.

정부·여당의 준비 상황을 보면 불안하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주도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공석이 된 데 이어 후임자로 지명된 김승원 후보자마저 낙마했다. 여권 강경파발 ‘외풍 리스크’에 초대 중수청장 인선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검찰 개혁을 그렇게 외쳤으면서도 정작 이를 대체할 기관의 조직과 인사를 출범 직전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대체 뭘 한 건가. ‘무능,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채희창 논설위원
채희창 논설위원

지난 7일 중수청장 후보자로 제청된 검사장 출신 김지용 변호사가 추가 검증 대상이 된 건 어이가 없다. 여권 강경파들이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필요성을 공개 주장한 인물이라며 반대한 탓이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 카르텔이 인적 결합을 통한 수사·기소 결합 시도라는 미션을 김 후보자에 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심지어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밀정’과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에 빗대며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억측 아닌가. 청와대가 중심을 못 잡고 동조하는 건 실망을 더한다.

중수청장은 부패·경제·방산 등 중대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수사 전문성 못지않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덕목이다. 정권에 불리한 사건도 성역 없이 다루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과 증거에 따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권 강경파 요구에 맞추는 식으로 인선이 이뤄진다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다. 중립성이 의심받는 기관의 수사를 국민이 신뢰하겠나.

가장 시급한 건 수사 인력 확보다. 개청 준비단이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상대로 특례 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1761명에 그쳐 비상이다. 전체 정원의 40%가량을 추가 선발해야 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2029년이 돼야 구축된다. 중수청 스스로 수사 지연, 고난도 중대범죄 대응, 형사 절차 전자화 미흡을 ‘3대 위협’으로 꼽고 있다. 초기 혼선, 수사 공백·지연이 불가피한 이유다.

공소청 상황도 안갯속이다. 아직 조직의 직제와 정원마저 정해지지 않았다. 공소청장 후보자는 지명 소식조차 없어 출범 후 상당 기간 수장 없이 운영될 것이다. 게다가 검사 정원(2292명)은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수사 기능이 사라지는 만큼 검사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권 강경파 주장에 밀려서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이 작성한 수사기록 검토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검사 정원을 줄이는 건 최소한의 통제 장치조차 없애는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문제는 국민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범죄자들이 발 뻗고 자는 세상이 올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숙제도 산더미다. 검찰은 미제 사건 16만건을 어디로 보낼지 분류를 못 마쳤고, 경찰은 얼마나 넘어올지도 모르는 상태다. 해당 사건 관계인들은 속이 탄다. 검·경이 이관 작업에 엇박자를 내고 있지만, 조율이 어렵다. 수사기관 관할이 겹쳐도 이를 해결할 기관도 없다. 개문발차가 너무 위험한 이유다. 오죽하면 개청을 연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결국 국민은 과거 비판받았던 검찰 수사의 편파성 논란을 씻을 수 있는지, 거악을 척결할 수사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를 보고 평가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정치적 셈법을 거두고, 수사·기소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사·기소 체계가 흔들리고 국가 수사 역량이 떨어지면 정부의 ‘검찰 개혁’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 뻔하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이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