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국정 지지율 하락과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등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장관급 공직 인사를 심의하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아온 만큼 최근 인사검증 논란도 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했다”며 사의 수용 여부를 유보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비서실장이 오늘 오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씀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 비서실장을 향해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며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긴 기간 동안 고생들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강 비서실장의 사의가 수용되면 청와대 핵심 참모진 공백도 커진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이달 1일 물러난 데 이어 강 비서실장까지 퇴진할 경우 3실장 가운데 두 자리가 비게 된다. 강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5개월여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멕시코 순방길에 올랐으며 강 비서실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강 비서실장은 취임 이후 인사위원장으로 장관급 인사를 심의해왔다. 이재명정부는 1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후보자 낙마가 이어지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검증체계를 보강했다. 그러나 이번 2기 개각에서도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자진 사퇴하면서 인사검증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김 전 후보자는 여당 주도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된 뒤 물러났다. 이 대통령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 비서실장의 사의를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며 공세를 확대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번 사태가 비서실장 한 사람 책임으로 끝날 일이냐”며 내각과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강 비서실장의 사의를 “인사위원장으로서 당연한 처신”이라고 주장하면서 장관 후보자들을 제청한 한성숙 국무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 인사라인 전반의 책임 규명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