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 여파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지난 7월 전용 40㎡ 이하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중소형의 두 배를 웃돌았다. 비강남권에서도 전용 84㎡가 20억원을 넘는 거래가 이어지는 등 주거비 부담은 전반적으로 커졌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대도 낮아 10명 중 6명은 앞으로 10년 안에 자가를 마련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7월 서울 전용 40㎡ 이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05% 올랐다. 전용 40㎡ 초과∼60㎡ 이하 소형은 2.28%, 전용 60㎡ 초과∼85㎡ 이하 중소형은 1.46% 상승했다. 실거래가격지수는 해당 월에 실제 체결·신고된 아파트 매매가격을 바탕으로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30일 이내 신고가 완료된 거래 전수를 분석해 산출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전용 84㎡가 20억원을 넘는 거래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등에 따르면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 전용 84.98㎡는 지난 1일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은 7월에도 20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마포구 신수동 ‘힐스테이트마포더퍼스트’ 전용 84.07㎡도 이달 5일 22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작은 면적의 거래 비중도 늘었다.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서울 아파트 초소형·소형 거래는 2만2298건으로 전체의 44.97%를 차지했다. 지난해 42.33%보다 2.64%포인트 높아졌다. 중소형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42.15%에서 40.73%로 낮아졌다. 면적별 가격 격차도 줄었다. 올해 전용 60㎡ 초과∼85㎡ 이하 중소형과 전용 40㎡ 초과∼60㎡ 이하 소형의 평균 매매가격 차이는 2억8888만원으로 지난해 3억7966만원보다 9078만원 축소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같은 가격이라면 더 넓은 집을 선호하겠지만, 대출·세금·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한정된 자금 안에서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소형 거래 비중 확대는 이런 구조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으로 매매 전환 부담이 커지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전셋집에 머무는 세입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의 51.1%가 갱신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1%보다 10%포인트 높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도 23.4%에서 27.1%로 올랐다.
이처럼 매매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대는 낮게 나타났다. 이날 세계일보가 입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년 생애주기 단계별 주거수요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도권 27∼39세 청년 500명을 조사한 결과 82.2%가 주택 소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10년 안에 실제로 자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 비율은 39.2%에 그쳤다. ‘불확실하다’는 응답은 33%,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은 27.8%로 10명 중 6명 이상이 내 집 마련에 확신하지 못했다.
청년 1인가구는 10년 내 자가 마련이 가능하다고 본 비율이 22.5%에 그쳐 신혼가구(44.4%)와 육아세대(50%)보다 크게 낮았다. 자가 마련이 어렵다는 응답은 41.9%로 가장 높았다.
공공임대에 사는 청년 중 ‘10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비율은 34.4%로 민간임대 거주자(44%)보다 9.6%포인트 낮았다. 집을 소유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공공·민간임대 모두 80%를 넘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망은 더 어두웠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은 12.5%, 200만∼400만원 미만은 29.4%만 10년 내 자가 마련이 가능하다고 봤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경제·부동산학과)는 “현재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출이고, 두 번째는 집값 상승”이라며 “상환 능력이 있는 무주택자에게는 장기 모기지 등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