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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검증·정무판단 잇따라 실패한 靑… 참모진 물갈이 불가피 [강훈식 전격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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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사책임론 확산

용혜인·김승원 연이은 낙마에
탄원서 논란 끊이지 않자 결단
李 국정쇄신 의지 강조 의도도

靑 ‘3실장 체제’ 전면 손질 전망
정책실장 후보 김성식 등 거론

李, 출국 전 文 前대통령과 통화
지지율 34.8%… 10주 만에 반등

이재명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를 이끌어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21일 전격 사의 표명에는 최근 확산한 ‘인사 책임론’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김승원 전 법무부·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 속 낙마한 데다 김 전 후보자 관련 추가 의혹 탄원서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과 정무적 판단을 둘러싼 책임론이 커졌다. 비서진을 총괄하고 인사위원장까지 맡아온 강 실장이 거취를 던지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강 실장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최근 국정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사의를 곧바로 수리하진 않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다. 미국·멕시코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의 서울공항 출국길에도 배웅을 나와 약 10초간 대화를 나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강 실장은 사의 표명 뒤 참모진 단체 메신저 대화방에 “갑작스러운 발표에 혼란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실 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청와대가 해야 할 일,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삶을 챙기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책무”라며 업무 수행을 당부했다.

 

강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뒤 약 1년3개월간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해 왔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를 겸하며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폴란드 등을 찾아 방산·에너지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국내 정무와 비서실 관리에 머물지 않고 외교·경제 현안까지 역할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서는 책임론이 반복됐다. 이재명정부는 1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이진숙 전 교육부·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한 뒤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검증체계를 손질했다. 그럼에도 2기 개각에서 용 전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가 다시 물러나면서 한 차례 보강한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김 전 후보자는 여당 주도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된 뒤 대통령 재가 전 자진 사퇴했다. 이후 추가 의혹 탄원서 보도까지 이어지며 후보자 사전 검증뿐 아니라 논란 이후 청와대의 판단과 대응도 쟁점으로 남았다.

위기의 청와대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사의 표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 수석은 “강 실장은 오늘(21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제원 선임기자
위기의 청와대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사의 표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 수석은 “강 실장은 오늘(21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제원 선임기자

강 실장의 사의에는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국정 쇄신 기조를 뒷받침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결국 모든 것을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라며 몸을 낮추고 “인사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직접 인정한 데 이어 참모진을 총괄하는 비서실장도 거취를 걸고 책임지는 모양새가 됐다.

 

최근 청와대의 정무적 대응이 한 박자씩 늦었다는 지적도 강 실장의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개각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김용범 당시 정책실장은 유임됐다가 이틀 뒤 물러났다. 정책 쇄신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인사와 정책 현안에서 논란이 이어진 뒤에야 결단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비서실을 총괄하는 강 실장의 정무적 책임도 누적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 시대에 국민들께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추석을 앞두고 통화해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는 “국정 운영과 국민 통합을 위한 여러 의견을 경청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췄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8일 전국 18세 이상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0%포인트 오른 34.8%로 10주 만에 반등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1%였다.

 

이달 초 김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데 이어 강 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청와대 ‘3실장’ 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강 실장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속 인선을 계기로 다른 참모진까지 개편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공석인 정책실장 후보군으로는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홍성국 전 의원,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