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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축구협회 ‘신문고’ 3407건 쏟아졌는데…‘비위 유형’ 통계도 없었다

6년간 접수된 신고 중 3295건 ‘처리 완료·담당부서 이관’ 분류
비위 유형·신고대상자별 상시 통계 없이 자료요구 뒤 AI 활용해 사후 분류
신문고 운영지침은 2025년 6월에야 제정…최근 의혹 뒤 ‘집중신고’ 재가동
‘처리 완료’에 부서 이관도 포함…실제 조사·징계 등 후속조치 규모는 확인 불가

최근 축구계에서 승부조작 의혹 등 경기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자 대한축구협회(KFA)가 기존 ‘신문고’를 활용한 집중 신고에 나섰다. 하지만 협회 신문고에는 이미 6년여 간 수천 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신고 내용을 비위 유형이나 신고 대상자별로 상시 관리한 통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누적된 신고에서 반복되는 비위나 특정 대상자에 대한 위험신호를 별도로 포착해 관리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22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신문고에는 2020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340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3295건(96.7%)은 협회가 ‘처리 완료 또는 담당부서 이관 등’으로 분류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김재원 의원실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김재원 의원실 제공

다만 ‘처리 완료’에 담당부서 이관 등이 함께 포함돼 있어, 실제 조사나 징계, 제도 개선 등의 조치로 종결된 신고가 몇 건인지는 제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는 신고 내용을 축적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비위 유형이나 신고 대상자 등을 기준으로 신고 내용을 상시적으로 체계화한 통계를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실이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기존 신고 내용을 요청받은 기준에 따라 다시 분류해 제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누적된 신고에서 반복되는 비위나 특정 대상자 관련 신고가 있었는지도 기존 관리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예컨대 같은 대상자에 대한 신고가 반복됐는지, 특정 유형의 비위 제보가 특정 시기나 조직에 집중됐는지, 심판이나 경기 공정성과 관련한 신고가 누적됐는지 등을 상시적으로 추적·관리했는지는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다.

 

특히 대한축구협회가 신문고를 운영해온 기간과 공식 운영근거가 마련된 시점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문고는 2020년부터 운영됐지만 현재 운영근거인 ‘신문고센터 운영지침’은 2025년 6월5일에야 제정·시행됐다. 신고창구 운영을 시작한 지 5년여가 지나서야 현행 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날부터 10월31일까지 ‘축구 경기 공정성 훼손 행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고 대상은 승부조작 제안·요구·공모, 심판 판정 개입·청탁 및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품·향응 제공·수수, 관련 사실 은폐·묵인 및 신고 방해 등이다. 기존 신문고센터가 신고창구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집중 신고기간에 접수된 제보에 대해 자료 확인과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공정위원회를 통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성인리그 전체 심판과 심판평가관 약 220명을 대상으로 스포츠윤리센터와 연계해 공정성 강화 및 부정행위 예방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재원 의원은 “대한축구협회가 다시 기존 신문고를 통해 집중신고를 받겠다고 했지만,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지난 6년간 그 신문고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점”이라며 “3천 건이 넘는 신고를 받고도 반복 비위나 위험신호를 제대로 추적·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가 제시한 처리율 96.7%에는 단순 담당부서 이관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조사·징계 등 후속조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유형별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신문고가 내부통제 장치가 아니라 민원 전달창구에 머문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최근 심판 배정 권한자의 경기 개입 의혹과 심판평가관의 특정 선수 출전·재계약 관여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자진신고가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되며, 신고자를 보호하면서 의혹을 끝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제보가 있어야만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관리·감독 체계 자체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승부조작 사주 의혹과 선수·구단 개입 의혹이 외부 제보를 통해 제기된 만큼 몇몇 개인을 걸러내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면서 “누가 개입했고 누가 알고 있었으며 왜 막지 못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신고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되지 않을 내부통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쇄신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